주로 자연식물식 식사를 하지만, 늘 자연식물식을 하는 건 아니다. 작정하고 세끼를 모두 자연식물식으로 하려면, 삶을 식사에 맞추어서 조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을 위해서 삶을 조정할 필요도 있고, 그런 경험도 소중하다. 마라토너도 잘 달리려고 식단과 수면 시간, 생활의 스케줄을 조정한다. <달리기와 존재하기>의 조지 쉬언이 그렇고,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달리는 작가인 김연수 작가도 (삶의 스케줄을 조정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지만,) 매일 달리는 작가로 알려졌으니, 아마도 어느 정도는 삶을 달리기에 맞추어 조율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식물식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서도 삶을 조정해야만 한다. 사실 자연식물식 초반 30일은 그렇게 했었다.
초반 30일이 지나면서 자연식물식과 친해지고 익숙해진 뒤에는 자연식물식을 하되, 마음대로 먹는 날이 아주 많다. 맘껏 먹는다고 세끼를 몽땅 치팅데이로 하는 경우는 없고, 한 끼를 치팅데이처럼 입에 맞고 즐거운 음식을 먹으면 나머지 두 끼는 자연식물식을 하는 식이다. 맘껏 먹더라도 자연식물식이 아닌 음식이라면 먹는 양이나 종류를 조정한다. 점심에 외식할 일이 있어서 텐동을 먹었다. 튀김이 소복이 올라간 텐동을 보니, 다른 메뉴가 있었음에도 텐동세트에 손이 갔다. 텐동과 미니 메밀소바 세트에서, 소바는 잘 먹고, 텐동에서는 채소튀김과 밥만 골라 먹었다. 가지, 고추, 단호박 튀김이 모두 바삭해서 맛있었다. 튀김을 5개 정도 먹은 셈인데, 되게 많이 먹은 느낌에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새우튀김과 돈가스는 먹지 않았다.
아침에는 훌륭한 자연식물식 식탁을 차렸다. 겨울에는 배추가 달고 아삭거려서 배추물김치가 아주 맛있다. 무와 당근도 넣고 담갔더니, 물김치만 먹어도 아침에 배추, 무, 당근, 세 가지의 채소를 넉넉히 먹을 수 있다. 물김치에 과일을 곁들이면 의외로 조합이 좋다. 물김치에 들어간 채소 중에 무처럼 아린 맛이 도드라지는 채소가 있어도 과일을 같이 먹으면 맛이 순해진다. 사과와 단감을 곁들였다. 저녁은 완전 자연식물식을 하려다가, 삼치구이를 아주 조금 맛보고, 배추된장국에 김장 겉절이로 비교적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사를 했다. 간식으로 쑥떡에 베이글과 크림치즈. 파인애플을 먹었다. 지난주에 산 파인애플이 숙성될수록 맛있어서, 한 개를 일주일 동안 숙성시켰더니 너무 숙성이 되었다. 신맛이 없고 달아서 맛은 좋은데, 속까지 누렇게 변해서 다 잘라냈더니 평소의 반도 안되는 양이 남았다.
자연식물식 146일째다. 주로 자연식물식으로 식사를 하고, 설령 치팅데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자연식물식으로 돌아오고 있다. 요즘 감기는 한 번 걸리면 한 달은 족히 가는 경우가 많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도 일주일, 병원에 안 가도 일주일ㄴㅂ 고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병원에 가든 안 가든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씩들 고생하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감기도 해독작용의 하나라고는 하나, 옆에서 감기에 걸린 가족들 보는 건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감기는 다행히 크게 오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컨디션이 약간의 몸살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심하지는 않고 약간 피로한 정도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자연식물식이 필요하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bady abb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