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만만한 밑반찬이 멸치볶음이다. 냉동실에 볶음용 멸치를 구비해 두면, 밑반찬이 필요할 때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저런 반찬을 하기 싫은 날, 냉동실의 멸치를 볶아 보자. 냉동실을 열어보니 다행히 볶음용 멸치가 한 봉지 있다. 몇 달 전에 쟁여둔 멸치 중 마지막 봉지이다. 300그램의 멸치 중 절반 정도를 프라이팬에 부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지 않은 상태로 멸치만 볶는다. 멸치가 따끈하게 볶아지면, 견과류(생략 가능)와 기름을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혹시 과열돼서 타는 냄새가 나거나 멸치가 타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기름을 섞듯이 볶아도 된다. 그리고 가장 약한 불, 또는 여열이 있는 상태에서 설탕과 올리고당(꿀이나 조청도 괜찮다)을 한 큰 술씩 넣고 한 번 더 볶으면 바삭하고 맛있는 멸치볶음 완성이다. 멸치볶음은 멸치가 한 번 뜨끈하게 볶일 정도로만 볶으면 된다. 처음부터 약한 불로 하면 오랫동안 볶아야 해서, 멸치 식감이 떨어지니, 처음에는 센 불, 중간부터는 약한 불로 낮춰주는 게 좋다. 멸치볶음은 만드는 시간이 10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밑반찬인데, 만들어 두면 상당히 든든하다. 그리고 한 번 멸치볶음을 맛있게 볶으면, 그다음부터는 자신감이 생겨서 이렇게 저렇게 변형을 시켜가며 새로운 맛으로 볶을 수 있다. 어떤 날은 올리고당 없이 설탕만 넣어서 볶기도 하고, 기름을 안 쓰고 볶기도 한다. 견과류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면서 볶아도 맛있다.
냉장고에 땅콩이 잔뜩 들어간 멸치볶음을 넣어두니 마음이 든든하다. 사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말하는 것이니, 멸치는 자연식물식 음식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는 종종 다른 음식도 먹고 있으니, 많은 양이 아니라면 멸치볶음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 요즘에는 다시 커피가 좋아져서 카페에 가면 카페라테를 종종 시키곤 한다. 오늘 간 카페는 우유를 오트밀로 바꾸는 옵션은 없어서, 우유가 적게 들어가는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산미보다는 쓴맛이 강해서 절반쯤 마시다 말았다. 자연식물식 165일째다. 날씨가 추워지니, 물김치보다는 따뜻한 국이 당겨서 미역을 잔뜩 넣고 황태미역국을 끓였다. 밀가루음식이나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종종 마시지만 주식은 자연식물식으로 하고 있고, 컨디션도 매우 좋다. 엄지발톱 주변의 통증은 다행히 며칠 만에 자연 치유되어서, 거의 다 사라졌다(요오드 소독약인 빨간약만 집에서 몇 번 발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