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에서 주신 김장김치가 엄청 많다. 아무리 먹어도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봄철이 되고 다양한 나물과 채소가 나오기 시작하면 김장김치에는 점점 더 손이 안 갈 거다. 눈이 많이 와서 땅이 질척거리는 날은 부침개가 당긴다. 눈이 멋지게 설경을 만들어 두어서 어디를 나가도 볼거리 천지지만, 따뜻한 집안에서 따뜻한 음식을 해 먹는 재미도 즐겁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는 눈 오는 주말, 김치부침개를 했다. 마침 썰어 둔 김치가 다 떨어져 가니 김치냉장고에서 김치 한 쪽을 꺼내어 잘게 송송 썰었다. 양념이 강한 김치여서 김치국물까지 다 넣으면 간이 너무 세다. 국물은 꾹 짜서 버리고 김치에 튀김가루와 물을 섞어서 반죽했다. 김치에 온갖 양념이 들어가 있는 데다, 튀김가루까지 사용하니 추가 양념이나 추가 간은 필요하지 않다. 김치를 꽤 많이 넣었지만(김치 반, 튀김가루 반이다), 국물을 꾹 짜내어 버렸기 때문에 추가로 양파나 대파를 넣지 않아도 간이 맞다. 냉동실에 있는 홍합이라도 넣을까 하다가, 해물향을 싫어하는 남편과 첫째 아이를 생각해서 넣지 않았다. 다음에는 한쪽에라도 해물을 좀 넣어보아야겠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튀기듯이 기름을 많이 넣으면 더 맛은 좋지만, 정제기름을 굳이 많이 쓰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넣었다. 앞뒤로 부쳐지면,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부칠수록 겉이 바삭해서 맛있다. 꾹꾹 눌러가며 두 장을 부쳤다. 기름이 자르르르한 부침개는 아니고 적당히 바삭하고 간이 맞는 김치부침개가 완성되었다.
자연식물식 180일째다. 이제 음식은 상당히 자유롭게 먹고 있다. 감기에서 회복된 가족들과 함께 초콜릿과 치즈케이크 중간쯤 되는 맛의 케이크를 하나 사다가 맛있게 먹었다. 주로 먹는 음식은 자연식물식이지만, 자연식물식에서 벗어난 음식을 조금씩 먹어도 문제가 없다. 처음에는 강하게 자연식물식을 하는 게 좋지만,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면, 다른 음식도 충분히 소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