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우니 콩나물국이 자꾸 당긴다. 얼마 전에 뜨끈한 콩나물국을 끓여서 맛있게 먹고, 또다시 콩나물국을 끓였다. 김장김치가 있으니 콩나물국 끓이기도 아주 쉽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장김치는 그냥 김치로나 겨우 먹었지, 이런저런 요리에 활용할 생각을 별로 못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나서는 김치가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 아니까, 김치를 여러 가지 음식에 잘 넣어 먹고 있는데, 김치가 들어가면 맛까지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맛을 내기 힘든 음식도 김치만 적당히 넣으면 맛이 살아난다.
냄비에 물을 받고 황태대가리를 하나 깨끗이 씻어 넣고 팔팔 끓인다. 황태에서 육수가 우러나면, 콩나물과 김치, 김치국물을 넣고 끓인다. 5분 정도 끓여서 콩나물이 익으면 양파와 대파를 조금 썰어 넣는다. 부족한 간은 멸치액젓이나 소금으로 한다. 이렇게 간단하게 끓인 김치콩나물국이 개운하고 시원해서 맛이 좋다. 특히 감기기운이 있을 때, 콩나물국을 먹으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에 콩나물까지 가미되어 있으니 감기도 달아날 맛이다. 황태 건더기는 당기지 않아서 대가리만 넣고 육수를 내었는데, 황태 건더기가 먹고 싶을 때에는 황태 살까지 넣으면 된다. 국을 끓일 때, 육수용으로 황태를 사용하다 보니, 대가리만 다 쓰고 황태 몸통만 여럿 김치냉장고에 남아 있다. 황태 몸통으로는 황태미역국을 끓여보아야겠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의외로 만들 반찬이 많다. 자연식물식을 하기 전에는 매일 무슨 반찬을 할지 고민했는데, (지금도 매일 무슨 반찬을 만들지 고민이야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만들 수 있는 반찬과 국의 옵션이 많아진 느낌은 웬일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너무 방대한 선택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간결한 선택지 앞에서 결정이 빠르고 편안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연초가 되니, 올해의 목표도 세우고 작년의 결산도 하면서 마음이 좀 들쑥날쑥하다. 시간은 그저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고, 해 바뀜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계일 뿐인데도 마음이 쓰인다. 다시금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나의 속도대로 해 보아야겠다. 자연식물식 181일째다. 자유롭게 음식을 먹고 있지만, 자연식물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음식을 과식하지는 않고, 주로 자연식물식을 하되, 조금씩 다른 음식도 맛보는 정도이다. 이를테면, 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를 몇 점 맛보는 정도인데, 사실 자연식물식이 아닌 음식은 자연식물식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도 없다. 자연식물식에 익숙해지니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