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김장김치가 넉넉한 시기에는 김치찌개를 끓이기도 좋다. 김치찌개는 쉽게 질리지도 않아서, 며칠 걸러 한 번씩 끓여도 인기가 좋다.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정육점에서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를 한 근 샀다. 인터넷 장보기로 고기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싱싱한 생고기를 바로 이용할 때에는 정육점 고기가 식감이 더 낫다. 자연식물식 중이라 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지만 가족들 반찬을 만들 때에는 고기를 종종 사용하고, 자연식물식을 엄격하게 하지는 않으니, 김치찌개에 들은 고기 몇 점 정도는 편안하게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처음 한 달은 철저하게 자연식물식을 실행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여유를 가지고, 다른 음식도 적당히 먹어가면서 유지하고 있다.
김장김치가 맛이 좋으니, 따로 육수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냄비에 물을 조금 받고, 김장김치와 갓김치 한 대접, 김치국물 두 세 국자, 돼지고기 한 근을 넣어서 보글보글 끓인다. 고기가 익으면 물을 한 대접 추가로 넣고, 두부 한 모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넣는다. 설탕을 한 작은 술 넣어 감칠맛을 내고 한 번 포르르 더 끓인다. 부족한 간은 우동간장으로 한다(간이 맞으면 추가간은 하지 않는다). 김장김치로 쉽게 끓인 김치찌개는 다른 계절에 만든 김치찌개보다 맛이 진하다. 김장김치가 많으니 김치가 넉넉히 들어가서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봄철이 되고 김장김치가 신김치가 되면, 그때는 또 새로운 맛의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다. 김치냉장고에 가득 들어 있는 김치가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렇게 이용하기 좋은 김치를 자연식물식 이전까지는 애물단지로 여겼다니, 지금 생각하면 낯설기까지 하다. 매번 고기나 해물, 또는 가공식품을 이용해서 묵직한 음식을 하곤 했는데,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 반찬도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김치를 잘 사용하고 있다.
자연식물식 182일째다. 점심에 치팅데이처럼 과식을 했고(육고기는 먹지 않았지만, 기름진 해산물과 디저트류를 많이 먹었다), 아침과 저녁은 과일 위주의 자연식물식을 했다. 이제 자연식물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음식을 먹어도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지만, 일반적인 음식은 상황에 따라 가리지 않고 먹고 있다. 하지만, 자연식물식의 장점을 알고 있고, 자연식물식에 익숙해지니 적어도 하루에 두 끼는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