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을 끓여두면 든든한데, 한참 동안 된장국을 끓이지 않았다. 다른 국이나 찌개를 끓이기도 했고, 된장국을 하면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니 손이 덜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냉장고에 있는 얼갈이를 구하려고 오랜만에 된장국을 끓였다. 요즘에는 알배기배추와 얼갈이가 흔하게 나오니 냉장고에 늘 구비해두고 있는데, 알배기배추로 김치를 담그고 얼갈이는 냉장고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꺼내어 보니 얼갈이 겉잎이 벌써 시들시들해지려고 해서 찬물에 씻었더니 잎이 좀 살아났다.
냄비에 물을 받고 다시마 몇 장과 국물 멸치 대여섯 마리를 넣고 육수를 냈다. 물이 팔팔 끓었을 때, 된장 한 큰 술과 고춧가루 한 작은 술을 넣고, 얼갈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듬뿍 넣었다. 오랜만에 된장국을 끓이느라 감을 잃고 물을 넉넉히 잡았더니 한강이 되어버렸다. 얼갈이에서 수분이 나오니 얼갈이만 잔뜩 넣고 끓여도 되는데 물까지 많으니 양이 너무 많아졌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미 끓고 있는 물을 버릴 수도 없어서, 멸치액젓을 넣고 간을 맞췄다. 부드러운 찌개 두부도 한 모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한소끔 더 끓여서 완성했다. 고춧가루를 넣긴 했지만 고추나 마늘을 넣지 않았더니 맛이 좀 심심했다. 물의 양을 적게 잡았으면 채수가 진해지면서 맛이 좋았을 텐데, 멸치액젓을 많이 넣으면 너무 짜게 될까 싶어서, 삼삼한 맛으로 먹었다.
된장국을 끓이면 채소를 빨리 소비할 수 있어서 좋다. 냉장고에서 하염없이 시들어갈 뻔한 얼갈이 한 봉지도 된장국을 끓였다 하면 금세 소비가 된다. 게다가 끓이면 숨이 죽으면서 양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채소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며칠 전에 만들어 둔 삼삼한 알배기배추겉절이가 있어서 십자화과 채소를 매일 충분히 먹고 있다.
요즘 제철인 듯 맛있는 굴을 한 봉지 사서, 찬물에 헹구어 식탁에 올렸다. 굴 자체도 싱싱하고 향미가 좋은데, 초고추장까지 곁들이면 조합이 좋다. 고추장, 매실청, 식초, 다진 마늘을 한 큰 술씩 넣고 섞으면 초고추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만들어 둔 초고추장에 데친 브로콜리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 백명란은 참기름, 참깨를 넉넉히 넣고 파 두어 뿌리 다져서 잘 섞으면 명란젓무침이 되는데, 가족들이 모두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 두고 있다. 며칠 지나도록 남아서 맛이 떨어지면 찜으로 만들거나 달걀에 넣어 부치거나, 볶음밥에 넣으면 먹기 좋다.
자연식물식을 이어가면서 지금은 거의 건강식처럼 유지하고 있다. 먹는 음식의 8할은 자연식물식을 하고, 나머지 2할 정도는 해산물이나 밀가루 음식 등을 먹고 있다. 초반에 철저하게 운영한 자연식물식 덕분에 이제는 가외의 음식은 많이 당기지도 않거니와 치팅데이처럼 많이 먹게 되는 날도 잘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