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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12. 2024

자연식물식 셋째 날

자연식물식 셋째 날이다. 아침에는 양배추에 소금만 살짝 뿌려서 먹고 오전 간식으로 바나나를 2개 먹었다. 드디어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마트를 가지 않았더니 냉장고의 과일과 채소가 다 떨어졌다. 날씨가 덥지만 채소와 과일을 사러 친환경 마트에 갔다. 자두와 복숭아, 상추, 브로콜리, 옥수수와 감자 등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잔뜩 사서 냉장고를 채웠다. 냉장고는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사를 앞두고 부지런히 냉장고를 정리하고, 특히 여행 뒤에 이틀 동안 마트를 가지 못해서 냉장고 파먹기를 했더니, 장을 많이 봐도 냉장고에 자리가 여유로워서 갑갑하지 않다.


점심에 마침 찬밥도 있고, 열무김치도 있어서 고추장과 생들기름만 넣고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일 년 전만 해도 절대 먹지 않았을 음식인데, 먹으면서 맛있게 느껴지는 걸 보니 입맛이 식단조절을 하는 일 년 사이에 참 많이 변했다. 그전에는 비빔밥에는 자고로 여러 가지 나물과 불고기, 달걀 프라이가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오늘은 달걀도 추가하지 않은 열무비빔밥이 깔끔하니 맛있다. 너무 잡다하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보다 소수의 재료만 넣으니 오히려 열무 맛, 들기름 맛, 고추장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비우고 빼내야 더 좋아지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마트를 다녀왔으니 과일 간식이 풍성하다. 자두 몇 개와 복숭아를 먹고, 간식이 생각날 때마다 씻어서 통에 담아둔 자두를 꺼내어 먹었다. 저녁에는 팥과 녹두를 넣고 밥을 지었다. 4시간 동안이나 불렸는데도 팥은 별로 부드럽지 않다. 파스타 면으로 치면 알덴테 느낌으로 겉은 익었는데 속이 딱딱했다. 알고 보니 팥밥을 할 때에는 팥을 미리 삶아서 써야 한단다. 아니면 하룻밤을 불리면 좀 나을까? 녹두는 알이 잘아서 잠깐만 불리거나 혹은 불리지 않아도 부드럽게 잘 익는다. 쥐눈이콩도 알이 잘아서 잘 익을 것 같다. 자연식물식을 하고부터는 콩이 좋아졌다. 자연식물식 3일 차인 오늘은 장을 보면서 쥐눈이 콩을 한 봉지 사 왔다. 물론 두부와 콩나물도 샀다. 자연식물식이 일반 식단에 비해서 단백질이 적기 때문에, 콩에 손이 가는 것 같다. 평소에도 콩밥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유난히 콩에 손이 가는 게 신기하다. 건강한 입맛일 때에는 손이 가고 당기는 음식이 몸에 가장 필요한 음식이라는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내일부터는 팥 대신 쥐눈이 콩과 녹두로 밥을 지어야겠다. 팥의 달큼한 맛은 좋지만 두 번 삶아야 하니 당장은 콩을 좀 사용해 보아야겠다. 자연식물식 셋째 날인 오늘은 큰 변화는 없었다. 몸무게도 거의 변화가 없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빵이나 초콜릿처럼 공장에서 만든 간식을 먹지 않은 대신 집에서 만든 쑥설기에 단팥을 곁들여 먹었고, 밥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 많이 먹은 것에 비하면 자연식물식을 하기 전보다 갈증이 덜하고 눈에 이물감도 없으니, 어제부터 생긴 좋은 변화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저녁은 잡곡밥에 상추쌈을 먹었다. 상추가 맛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식단 조절을 하면서 상추의 맛을 알게 되었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 쌈장에 생들기름만 조금 부어서 상추쌈을 먹으면 상추의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를 굽지 않아도 상추맛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몸에 필요한 음식이 입맛에도 맞으니 고기가 빠진 식탁을 차리는 일도 꽤 즐겁다.


자연식물식 4일 차인 내일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어떤 변화가 있든, 혹은 아무 변화가 없더라도 몸이 편안하니 자연식물식을 유지할 생각이다.



*표지 사진: Unsplashengin aky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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