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겉절이 담근 날

채식 위주의 식사를 시작하면서 겉절이 담그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국에서 살면서도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도, 김치 없는 밥상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사실 채소 반찬이나 나물 반찬을 즐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체질식을 시작으로 다이어트 식단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채소를 먹으려고 겉절이를 자주 담그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겉절이가 떨어지면 아쉬울 정도다. 여전히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겉절이만큼은 풍성하게 즐긴다.

겉절이는 담그기도 쉽고, 담그는 방법을 상황에 따라 변형해도 되고, 집에 어떤 채소가 있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섞어서 담가도 제법 그럴듯하다. ‘냉장고를 열어 보자.’ 냉장고에 며칠 전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이 한 묶음과 부추 한 봉지가 있고, 양파가 반 망 정도 남아있다. 오이 세 개와 부추, 양파 두 개를 꺼냈다. 모두 손질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절일 필요도 없이) 바로 무쳤다. 양념은 멸치액젓 다섯 큰 술에, 고춧가루, 설탕, 식초를 각각 두 큰 술씩 사용했다. 제대로 계량하지 않고 넣었는데, 설탕은 더 적게 들어가도 괜찮다.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자극적이지 않고, 부추와 양파 자체에 매운맛이 있기 때문에 다른 양념을 이것저것 넣지 않아도 맛이 난다. 고춧가루 맛이 부담되는 날은 오이와 양파만 다듬어서 설탕과 식초, 소금으로 간을 해도 별미가 된다. 새콤달콤 깔끔한 맛에 많이 집어먹어도 부담이 없다.

아침에는 복숭아 한 개를 먹었다. 아침에 먹는 과일은 어떤 것이라도 좋은데, 요즘에는 즙이 많은 제철 복숭아에 손이 간다. 점심에는 오이 겉절이와 상추, 아삭이 고추를 먹고, 가족들은 닭개장을 해줬다. 얼마 전에 삼계탕을 해주고 많이 남았기에, 닭고기 살만 발라서 국물과 냉장보관해 두었다가 한소끔 보글보글 끓여주니 잘 먹는다. 저녁에도 점심과 같은 반찬에 가지 볶음만 더 꺼냈다. 가족들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기에 달걀프라이를 해주고 체다 치즈, 상추, 토마토 슬라이스, 양파 슬라이스를 준비해 주었다. 작은 아이가 참치마요를 만들기에 양파를 다져 주었더니 양파참치마요를 맛깔나게 만들었다. 남편이 사 온 촉촉한 식빵에 각자 속재료를 넣어 먹게 했다. 소스는 케첩과 머스터드를 꺼내 주었다(자연식물식을 시작하기 전이라면 햄이든 베이컨이든 추가로 구워 주고, 채소는 한 가지 이상 준비해 주지 않았을 텐데, 같은 샌드위치지만 속재료가 많이 바뀌었다). 나는 자연식물식으로 밥과 채소반찬을 먹고 나머지 가족들은 같은 식탁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데, 별스럽지 않다. 다만 작은 아이가 샌드위치를 얼마나 야무지게 만들어서 커팅을 하는지, 한 입 뺏어 먹고 싶을 정도였다. 간식으로 찐 옥수수와 복숭아, 토마토를 먹었다.

감기가 어제까지 불편한 정도로 머물러서 더 심해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감기가 많이 물러났다. 감기약을 먹지 않고 자연식물식만 유지했는데 이삼일 약하게 앓다가 컨디션이 좋아졌으니 다행이다. 당연히 눈의 이물감과 갈증은 감소된 상태를 유지하고 피부도 계속 부드러워지고 있다. 아침 몸무게는 어제보다도 0.1킬로 이상 줄었다. 전체적으로 피부 빛깔이 좋아지고 있고 몸이 가볍다. 자연식물식 초기에 느꼈던 나른함도 더 이상 불편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