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데이로 시작한 자연식물식, 플러스

by 소미소리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이 미스터리하거나 유전적이라고, 즉 자신의 손 밖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p.57) 조엘 펄먼,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


오랫동안 동거하던 아토피가 지난여름 심하게 도졌다. 원인이라도 명확하게 알거나 치료방법이라도 뚜렷하면 놀라지도 당혹스럽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아토피는 의사들도 원인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약이라면 그저 대증치료약(증상을 완화시키지만 부작용이 있고, 근본치료가 되지 않는 약)을 줄 뿐이다. 문제는 아토피가 도질 때마다 아토피는 점점 심해지고, 약은 점점 강도가 세어진다는데 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번번이 도지는 아토피 때문에 사용하는 약의 강도가 점점 올라가니 앞으로는 약도 듣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강렬한 직감과 의사 선생님이 이 약(가장 강한 스테로이드)도 듣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리고, 받아 온 약을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그 이후에 찾아 온 리바운드의 고통은 말 안 해도 뻔하다. 리바운드 현상은 스테로이드를 끊고 나서 더 심한 증상이 튀어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리바운드 현상이 잦아들고, 원래 가지고 있는 아토피만 남는다. 아토피 자체도 심했기 때문에 해결책이 필요했다. 한의원을 찾았고, 좋은 한의사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체질식(권도원 박사의 8체질에 따라 분류한 체질식)을 시작했다. 체질식에 의해서 밀가루, 고기, 유제품, 커피를 끊고, 푸른 잎채소와 생선, 백미밥을 즐겨 먹었다(체질마다 해로운 음식과 이로운 음식이 다르다). 체질식을 시작하고 몇 달이 흐르자 아토피가 조금씩 호전되었고, 체질식을 반년 정도 했을 때에는 상당히 치유되어서 생활에 별 불편이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뭔가 더 변화가 필요했다. 어지간하게 나았지만, 어지간하게 남아있는 아토피를 완전히 치유하고 싶었다.


그때 자연식물식을 시작했다. 자연식물식은 체질식보다 엄격하지만 실행하기는 더 쉬웠다. 자연식물식은 (금체질의 경우에) 체질식에서 이미 제한했던 밀가루, 고기, 유제품, 커피뿐만 아니라 생선, 달걀 등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끊는다. 대신 채소, 과일, 통곡물이라면 어떤 종류든지, 얼마만큼 이든지, 횟수에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다. 체질식에서는 채소 중에도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나뉘고, 과일 중에서도 어떤 것은 좋지만 어떤 것은 해롭다. 자연식물식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아침은 채소, 과일만 먹고 점심과 저녁은 우리네 한식 밥상을 차리듯이 준비하되, 고기반찬만 빼면 되는 식이다. 잡곡밥에 나물과 김치, 샐러드로 차리면 되니 고민할 일도 없었다. 자연식물식의 효과는 놀라웠다. 딱 30일을 했는데, 아토피가 많이 나아서 피부가 대체적으로 부드러워졌다. 더불어 눈의 이물감도 사라지고 심했던 갈증도 감소되었다. 게다가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니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엄격한 자연식물식을 하느라 멀리했던, 함께하는 식탁이 슬슬 그리워졌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30일간의 자연식물식을 하되, 이번에는 치팅데이를 종종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디톡스데이도 넣어 보는 거다.


그리하여, 자연식물식 31일째인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치팅데이를 가졌다. 자연식물식, 플러스로는 첫날이니, 시작부터 치팅데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뷔페에 가도 과식을 하게 되지 않았다. 육류도 당기지 않았다. 밀가루 음식이나 커피에도 손이 안 갔다. 첫 접시부터 마지막 접시까지 거의 푸른 잎채소의 샐러드를 가져다 먹었다. 연어도 좀 가져오고, 리코타 치즈나 샤워크림도 가져왔지만 많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샐러드(드레싱도 뿌리지 않았고, 올리브와 방울토마토, 복숭아, 오이 등을 토핑으로 잔뜩 얹어 왔다)와 과일만 계속 가지고 왔다. 평소에 좋아하던 타코는 즐겼는데, 타코에 곁들이는 신선한 채소 위주로 먹었다. 특히나 어제는 통곡물을 제외한 생채소와 생과일만 먹는 다이어트를 했던지라 더욱 채소 음식이 당겼다. 저녁에는 녹두를 얹은 현미찹쌀밥에 양배추볶음과 데친 브로콜리를 먹었다. 이틀 만에 마주한 잡곡밥이 반가웠다. 뷔페 음식보다 잡곡밥이 입에 더 맞게 된 나 자신이 놀랍다. 그런데 정말 잡곡밥이 맛있는 걸 어쩌나. 자연식물식은 30일도 되기 전에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니 자연식물식은 시작하기가 쉽지 끝내기는 어렵다는 독보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표지 사진 : Unsplash의 engin aky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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