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넣은 무조림

by 소미소리

무조림을 했다. 무를 0.5센티 정도로 납작하게 자르고 물을 자박하게 넣어 끓이다가 멸치액젓, 간장, 고춧가루, 설탕으로 간을 했다. 무가 반정도 익었을 때, 고등어를 살포시 올리고 10분 동안 끓였다. 먹기 직전에 파를 송송 썰어 올렸다. 파를 마지막에 넣으니 색감과 식감이 좋고 알싸한 맛이 살아있다. 고등어는 국물맛을 내려고 넣었을 뿐, 무가 주재료이다. 전에 만들던 고등어 무조림과는 사뭇 다르다. 고등어조림이란 자고로 고등어를 두세 마리는 넣어야 하는 걸로 알았었다. 그래서 무와 파는 국물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재료일 뿐이었다. 그런데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동물성 지방과 동물성 단백질을 굳이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심지어 무를 많이 넣은 조림이 훨씬 맛있다. 고등어는 두 조각을 넣었을 뿐이니 작은 고등어 한 마리나 될 정도의 양인데, 무에서 감칠맛이 난다. 고등어가 주재료일 때에는 쉽게 비린내가 나고 가족들도 즐기지 않더니 오늘의 무조림은 인기가 좋다.


생각을 바꾸니 음식이 맛있어진다.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채소가 주재료인 요리를 하고, 다양한 양념을 쓰는 대신 단출한 양념을 하니 음식이 깔끔하다. 조엘 펄먼의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명현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치유를 위한 증상은 몸에 에너지가 생겼을 때 나타난다. 이를테면, 단식을 하면서 몸이 치유되던 중에 갑자기 기침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알고 보면 과거에 담배를 피웠던 경력이 있고, 담배에 상했던 폐가 치유되면서 기침이 나올 수 있다는 거다. 아토피가 거의 나았는데, 유독 잘 낫지 않고 각질이 일어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볼 때마다 좌절했는데, 명의인 조엘 펄먼의 책을 보면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가만 생각해 보면 끝까지 각질이 일어나는 이 부분은 과거에 가장 오랫동안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했던 부분이다. 몸이 치유하기 위해서 각질을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루빈의 컵과 같다. 두 사람이 마주본 모습일 수도 있지만, 커다란 컵이 보일 수도 있다. 내가 고수하던 생각이 정답이 아니고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아침에는 방울토마토를 먹고 점심은 녹두현미찹쌀밥에 가지볶음과 양배추양파무침으로 식탁을 차렸다. 저녁에는 쥐눈이콩현미찹쌀밥에 무조림을 먹었다. 가족들은 고등어도 먹었지만, 내것은 무와 파만 담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현미찹쌀에 잡곡만 섞어 지은 통곡물 밥이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잡곡밥이 백미밥보다 훨씬 맛있다. 가족들이 먹을 백미밥과 내가 먹을 현미찹쌀밥을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제는 백미밥은 싱거워서 먹기가 싫다. 며칠 뒤에는 멥쌀현미밥을 시도해야겠다. 자연식물식 32일째인 오늘은 몸무게가 줄었다. 늘 몸무게가 비슷하게 오락가락하더니 이틀 전의 모노다이어트(하루 이상 채소와 과일만 먹는 다이어트) 이후로 빠진 몸무게가 유지되고 있다. 피부도 많이 좋아졌고, 밤에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표지 사진 : Unsplash의 Food Photographer | Jennifer Pa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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