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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May 25. 2023

애들이랑 같이 살 집만 좀 있었으면 좋겠다

소소한 내 (예전) 이야기 

2018. 4. 11. 10:51 


나는 남편 죽고 남겨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랑 살면서 주부로 살고 있었다. 



이것도 나 원래 임신하고도 강의하고 7월에 애기 낳고 9월에 강의 복귀하고 박사 논문 본심 진행하고 있었는데 남편이랑 시댁 문제 때문에 이혼은 막아야겠다 생각에 다 때려 치고 집에 눌러 앉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이혼은 안하고 남편이랑 알콩달콩 잘 살게 되었지만 남편이 나중에 갑자기 과로로 쓰러진 것이다. 진짜. 근데 다들 남편이 의사였다는 것을 알면 다들 너 원래 시집가서 주부로 살려고 했던 거 아니냐고 그러니 그런 일이 생긴 거라고 한다.



나 7월에 애 낳는데 6월까지 세종대에서 배 불러서 학생들 앞에서 강의 했었고 나 그때 72키로 여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힘들어서 앉아서 강의했다. 강의하다가 숨차서 애들한테 양해 구하고 잠깐씩 쉬면서 했고. 입덧할 때는 강의하다가 토하러 가고. 아마 학생들은 뭐 저렇게 배 불러가지고도 저러고 있나 한심하다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기 낳고 조리원 잠깐 들어갔다가 시댁에 애기 맡기고 9월 개강부터 다시 강의 시작하고 지도교수님 찾아 뵈면서 박사 본심 진행하는 중이었고 그러다 그 와중에 시댁이랑 문제가 생기고 시댁에서 "네가 애기 낳은 거 말고 뭐 한 게 있냐" 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럼 내가 "내 새끼 키우겠다 해서 나 다 필요 없다 내 새끼 내가 키울 거다, 나 다른 거 다 소용 없다" 고 해서 집에 있게 된 것이고, 이혼은 안되니까 내가 다 포기하고 눌러 앉은 것이었다. 그렇게 주부로 살다가 남편 죽고 나니 다들 나보고 네가 원래 시집가서 남편 덕보고 살려고 했었어서 이런 꼴을 당한 거란다. 지금 나는 돈도 없고 남편도 없고 애들이랑 같이 살 집조차 없어서 친정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닌데도 그 멀리 가서라도 방 한 칸 두 칸이라도 달라해서 얹혀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다 애기들은 둘이나 되는데 아직 둘 다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려서 둘 다 아직 기저귀를 차고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하는 것도 다 엄마가 해줘야 하는 나이라서 이 애들 둘을 나 혼자 데리고 살면서 뭐 다른 일을 해 볼래야 해 볼 수가 없다



남편 상 중에 문상 온 친구들이 간혹 "엄마 능력 있으니까 괜찮아" 라고 위로하던데 나는 내 능력 뭐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이젠 모르겠고 살 집도 없고 다만 재기할 때까지만이라도 버틸만한 돈도 많지 않고 그 동안 생활비를 대줄 친정이나 시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양육비를 대줄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라에서 나 이렇게 됐다고 다만 월 만원이라도 주는 것도 없고 딸랑 나 혼자서 애들이랑 먹여 살리고 살아야 하는데 애들 둘 다 엄마가 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해야 하는 아직 말도 정확히 하기 전 애들이라 대체 이렇게 손발이 다 묶인 상태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이 36에 집에서 살림하다가 과부되어서 애비 없는 애들 둘 데리고 살집도 없이 직장도 없이 남겨진 돈도 없이 정말 애들 둘이랑 어디 가서 죽어도 하등 이상할 거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어떻게라도 안 죽고 애기들이랑 같이 살아 보려고.  애들 그래도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 안 듣게 키울려면 지금은 없지만 애들 클 때는 그래도 내가 어떻게든 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애비 없는 내 새끼들 돈까지 없어서 정말 거지처럼 불쌍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 어디든 들어가서 완전히 헌신해서 몸바쳐서 일하면 어떻게든 언젠가는 성공해서 내 새끼들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애기들 친정에 맡겨놓고 나 혼자라도 어디든 가서 서울이든 광주든 부산이든 한국만 되면 그래도 주말에라도 볼 수 있으니.  그렇게 미친 듯이 일만하고 나는 돈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 그것만이 내가 애들이랑 거지 안되고 살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어서 얘기했더니,


그럼 니 엄마 인생은 뭐가 되냐는 소리를 듣게 됐는데 어제 들은 말이 이토록 아직도 내 정신을 헤집어 놓을 줄은 몰랐다. 나는 남편도 죽고 돈도 없고 살 집도 없고 직업도 없고 아주 어린 애들 둘만 있어서 애들 데리고 생활비 버는 것 조차 버거운데 우리 엄마는 남편도 있고 살 집도 있고 생활비도 매달 나오고 애들도 다 커서 분가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는 나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낫고 나는 그냥 두면 정말 바다에 빠져 죽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데



너는 네 가치가 있으니 하나도 안 불쌍하다면서 네가 그렇게 네 엄마한테 애기 맡기고 일하면 네 엄마 인생은 뭐가 되냐니 지금 생각해도 미칠 것 같다



애들이랑 평생 거지처럼 살라는 소린가 거지처럼 살려고 해도 살 집도 없고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디서 생활비 한 푼이라도 주는 거 아니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애기들 친정에 맡기고서라도 일하겠다니 나 같으면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서 짠한 마음이 더 들 거 같은데



새끼들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부터 미친 듯이 일해서 새끼들 먹여야 하는 엄마 맘이 어떨까 안쓰러운 마음이 무엇보다 먼저 들 것 같은데. 나도 애비 없는 내 새끼들 애미마저 제대로 옆에 못 있어주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지내게 하려면 속이 미어지는 데



어쩜 사람들은 자기들도 다들 애기엄마 아빠라면서 아무것도 없이 새끼들 둘 키워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나는 안 보이는 걸까



그저 우리 엄마가 손주들 봐줘야 하는 것만 보이나



내가 공짜로 맡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첨엔 백만원 정도밖에 못 주겠지만 내가 미친 듯이 일해야 하는 이유에는 내 새끼들 키워주는 부모님께 돈 더 줄려는 이유도 있는 건데. 그래도 돈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니 엄마 인생은 뭐가 되냐는데. 니가 니 엄마아빠한테 그렇게 애들 맡기면 니 엄마 인생은 뭐가 되냐니 . 내가 엄마한테 애 맡기고 살아보겠다고 일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은 그것조차 보기 싫나 보다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남자라면 다들 이런 소리 안 하겠지. 부인도 없는데 밖에서 애기들 먹여 살리려고 일하느라 고생하는 아들 안 쓰러우니 가서 살림이랑 양육을 도와주든 아니면 애들을 맡아주든지 하겠지. 다만 애들도 아빠 그리울 테니 매일 전화하고 주말마다 애들 보러 오라고 하면서. 다들 내가 여자니깐 이런 소리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 나보고 애들이랑 죽으라는 소리 인 것 같다.



거기다 어떤 날엔 하루 종일 어떤 사람들 만나면서 가정사 자세한 얘기 하지 말래서 안하고 있을 랬더니.

 애기들은 있냐고 해서 있다고 하고 송도는 어떻게 오게 되셨냐고 해서 남편 일 때문에 왔다고 했는데 이미 죽고 없는 있지도 않은 남편 마치 있는 것처럼 말하고 다니니 기분 별로인 것이다. 그냥 죽었다고 말하는 게 편한 듯하다. 







2023.05.25

예전 글을 다시 보면 아 저땐 저랬었구나. 그냥 그런 마음인데. (그런 상태였었던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사실 이 글은 참,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 이야기를 친구한테 했을때, 처음에 그 친구는 너무 이상해서 좀 이상하다, 생각만 계속 했다고 했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어서. 

사별한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아니라, 사별하고 아주 어린 애기들 (27개월, 8개월) 애기들을 두고, 살집도 살돈도 직업도 없는 딸래미가 애기들을 평일에는 친정에 맡기고 일하겠다고 하니, 저렇게 친척들이 나서서, 각서 쓰고 맡기래느니, 니 엄마 인생은 뭐가 되냐느니, 이야기를 하는게 말이 되냐는 거다. 

(애기들이 광주광역시에서 자라는 4년동안, 나는 금요일에 서울에서 일 끝내고 광주 내려가서, 월요일 새벽 기차로 서울로 바로 출근하는 생활을 정말 매주 했다. 그리고 작년, 첫째가 초등 들어가면서 우리는 다시 완전체가 되었다) 



이건 내가 (심지어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다. 

정부지원 한부모 가정지원, 기초 지원 뭐 기타 등등 신청하고 다 떨어지고 (경매 중인 땅 등등의 사유로), 친정에라도 애기 맡기고 일할랬더니, 다들 들고 일어나서, 어케 너는 너만 생각하냐고들 그러고. 



참. 저 상황에서도 어케든 살 방안을 찾고 잘 헤쳐나간 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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