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각오하고, 꿈을 쫓는 사람들

당신은 ‘압정 사회’에 입성하실 건가요?

by 김경옥

글쟁이, 작가, 예술가로 살아가려고 마음 먹은 사람 중에 가난을 각오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본업이 글쟁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굶는 줄 아니깐. 예전에 경제학을 강의하는 최진기 강사가 강의 중에 ‘압정 사회’ 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들었는데, ‘오 굉장히 탁월한 표현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최진기 강사가 맨 처음 언급한 단어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그가 말하는 ‘압정 사회’라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고, 그 중에 딱 몇명만 아주 탁월한 수입을 올리는 분야, 그런 분야가 속한 사회를 이야기 한다. 압정이 생긴 모양이 평평한 원을 밑에 두고 딱 가운데 핀만 하나 길게 올라와 있지 않은가? 바로 이 압정의 모양처럼 그 직업 군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거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소수의 몇 명만이 그 분야의 수입 대부분을 독점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예인이나 축구선수 같은 직업. 반면에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군의 경우 그 직업군에 속했다는 이유 만으로, 특별히 잘난 의사나 잘난 변호사가 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은 수익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인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한창 최진기 강사의 강의를 유투브를 통해 찾아보면서 그의 강의 중에 압정 사회라는 단어를 듣고 서는, 귀에 쏙쏙 박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만약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나는 아이에게, 성인이 되어 부디

“압정 사회 보다는 다른 사회에 진입하라”

고 권하리라, (만약 그럴수 있다면)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전히 내 아이에게는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물론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정작 나는 그, 내 아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바로 그 압정 사회의 문을 방금 열어 젖혔다. 글쟁이로서의 삶 말이다.(아, 역시 중은 제 머리를 못 깎는 법이고, 다들 남의 인생에는 이러쿵 저러쿵 참견이 많아도, 정작 자기 인생은 마음대로 못하는 법이다. 내가 바로 그 산 증인)


그러면서 나는 깨달았다. 압정 사회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이 압정사회라는 것을 몰라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도 늘 고민했었다. 글쓰는 일이 벌이가 될까 하고. 그래서 아주 오래전, 몇년 전에 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의 소개글을 쓸 때도 나는 이렇게 적었었다.


벌이만 된다면 평생 책을 보며, 글을 쓰고, 때가 되면 여행다니는 게 꿈인 여자.

특별히 잘하는 건 없으면서 궁금한 건 많은 호기심 천국.


세상에, 몇년 전에 적어놓은 프로필에도, 그때에도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벌이가 될까 하면서 망설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면서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을 그리면서 단서를 달았다. “벌이만 된다면,” 이라고. 아마 대다수의 글쟁이, 또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두려움을 안고 있지 않을까? 이것으로 밥벌이가 될까 하는 고민. 나는 예술을 하면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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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려움이 이제라고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같은 두려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어쩌면 더 열악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도저히 피할 수가 없어 그 세계로의 문을 열었다. 왜냐면 나는 글을 읽고 쓰는 일이 너무 즐거우니까. 남편이 살아 있을때는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봐야 겠다 생각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아이들을 보다보니 그렇게는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아주 즐겁다. 글을 쓰는 동안 만큼은 내가 살아서 계속 성장하는 듯한 기분. 내가 살아서 펄떡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세계가 압정사회라는 것도 알고, 압정사회보다는 그렇지 않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것이 생계를 영위하는 데에 있어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정사회에 입성하기로 스스로 마음먹은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가난하게 살 것을 각오하고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압정의 핀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입성했다기 보다는 압정의 동그란 판에 해당한다고 해도 견디고 버티겠다는 마음가짐말이다.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가득찬 무언가 솟구치는 열정 비슷한 것을 멈출수가 없는 것.


이것을 내 안에서 꺼내지 않으면 나는 늘 무언가가 가슴 속에 꽉 차 있어서, 가슴의 터널이 막힌 채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더 큰 두려움이, 가난하게 살지도 모른다는 일상의 두려움을 밀쳐내는 것이다. 나는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내 안에 가득차 있는 것. 이러지 않고서야 누구나처럼 세속에서 생활을 하는 범인들이 어찌 물질적인 유혹을 뿌리치고 글쟁이, 예술가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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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개인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행위가, 세상의 많은 행동들이 돈, 벌이로 환산 되는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인들에게 비춰지지는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혹 한심해 보일까? 저 사람은 어쩜 자기 인생을 저렇게 살까 하는 식으로 보일까? 압정사회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 다는 사실이 혹 밥벌이를 포기한다는 것으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스스로 자본주의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


타인들의 생각이 무슨 상관이냐, 다른 사람들이 뭐라하든 상관없이 나는 내 할일을 하면 되는 것 이라고만 하면서 살기에는 나는 아직 타인의 비난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너무 맘이 여리고 자주 상처를 받는 여자. 물론 이제는 더 단단해 져야 겠지만.

“어머, 남편 죽고 아이 둘인 여자가 글쓰면서 살겠다는 선택을 하다니… 쯧쯧.”

하는 소리를 하는 ‘어른’들의 우려에 이제 더 강해지기로 다짐해야 하는 것.


하지만 나는 내게 그런 식의 시선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나는 결코 그렇게까지 미련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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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러면서 그들의 우려에 대하여 반박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는 단지 가난하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각오하는 것이지, 결코 가난하게 살겠다고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이 둘은 분명 다른 것이다. 나는 더 큰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 내 인생의 여정 중에서 일정 부분의 시간동안 가난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어쩔 수 없다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지, 언제까지고 가난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세속적인 생활도 문제없이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 혹시나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그 시간동안에도 부던히 공부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까 생계를 위해서 내 인생의 어느 시즌 동안은, 아니 조금 혹시나 그 기간이 오랜 기간일지도 그 어떤 일, 육체노동 조차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일을 향한 나의 로망만은 절대 버리지 않는 것이다. 늘 내가 하는 공부에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관심은 부자가 되는 것에도 이어져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것이 어떻게 잇닿을지는 알지 못하지만, 돈을 버는 일에도 관심을 잃지 않는 것. 지성이면 감천이랬으니까, 늘 구하고 원하고 바라고 또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온 우주가 힘을 합쳐 도와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것.


글쟁이이든 다른 예술을 하는 사람이든, 그 누구라도 모두 세속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고, 나는 글쟁이로서의 삶을 선택하였지만, 그렇다고 세속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글쟁이로서 세상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감동이 되어 세속의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생산자가 되기를 선택한 것 뿐이다. 결코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나는 가난하게 사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가난하게 살게 되는 시즌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각오하는 것 뿐.


아마 다른 글쟁이, 예술가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가난하게 살수도 있겠지만, 누구보다 큰 꿈을 꾸는 사람들.

(그리고 뭐, 사실 ‘압정 사회’가 아닌 곳이 우리한테 얼마나 있었던가? 1%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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