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쿄타워와, 토오루와 시후미의 도쿄타워

모든 드라마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법이랬으니,

by 김경옥

타인의 큐레이션


가끔 들르는 카페에 책들이 몇권 꽂혀 있는데, 그중에 소설 제목이 눈에 띄어 집어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문장들이 깔끔하고 아름다워서 쉬지 않고 금새 읽어내려갔다. 아마도 그곳에 놓인 책들은 카페 주인장의 컬렉션이리라. 도서관에 가면 꽂혀 있는 많은 책들 중에서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난 언제나 제목을 보고 그냥 고르지만)


서점에 가면 그래서 베스트셀러라고 한데 모아놓은 곳에서 읽을만한 책들을 고르기도 하고. 그러다 후회하기도 하고. 한정된 시간에 출간되는 모든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기에, 나 보다 먼저 그 책을 읽은 누군가의 도움을 빌리는 것이 꽤 유용하여 우리는 서평들도 찾아 읽고 하는 것이 아닐까?


(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서평들을 찾아 읽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말이다.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감상문을 읽고 있으면, 마치 독서토론을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쨋든 그런 의미에서 동네 작은 카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꽤 유용하다. 이미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서 몇권 정도 큐레이션 된 책들. 잘 알지 못하는 그 이지만, 그래도 그의 취향을 넌지시 엿본다는 것이 나쁘지 않은 기분이기도 하려니와, 방대한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수고로움을 약간이나마 덜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하다.(그곳이 꽤 예쁘고, 또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라면, 앉아만 있어도 감성적인 생각들이 솟아나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나의 도쿄타워와, 토오루와 시후미의 도쿄타워


내 첫 일본 여행지였던 도쿄에서, 꼭 봐야 한다는 도쿄타워를 가기 위해서 꽤 멀어보였지만, 그곳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던 친구와 나는, 결국은 길을 잘못들어, 포기하고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서 노닥거렸다. 아, 힘들게 걸었지만 길을 잘못 든 것을 알고, 서로에게 그 책임을 물으면서(웃으면서) 카페에 들어가서 지친 몸을 쉬고 있었어도 즐거웠다. 결국 그날 도쿄타워는 걸어서는 못가고 택시타고 갔다가 다시 택시타고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땐 무슨 치기 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도쿄 여행에서 우리는 걷기 + 택시 타기 하면서 돌아 다니다가, 마지막에 그래도 도쿄 지하철 구경은 해 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지하철 두코스 정도만 탔었다.


이 이야기는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주인공 토오루의 사랑을 받는 시후미가 늘 택시만 타고 다녔던 것은 나의 도쿄 여행에서의 택시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읽으면서 몇번이나, 나의 도쿄타워에서의 추억이 생각 났다. 그러면서, 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생각도 했다. 문학 작품을 읽을때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나, 장소가 궁금해 지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고,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더 가슴깊이 와닿기 마련이기에, 나는 내 추억이 어린 장소인 도쿄타워가 제목인 것을 보고 이 책을 고른 것이 아주 잘 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쿄에 며칠간 머물렀을때, 나는 여기 다시 오리라 생각했었는데, 일본의 다른 지역에는 몇번 갔지만, 결국 도쿄에는 아직까지 다시 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는 ‘도쿄타워’를 읽으면서, 내가 그때 잠시동안 있었던 그곳에, 삶의 터전을 삼고 오랫동안 살고 있는 그들을 생각했다. 나는 이들의 삶의 장소를 보았던 것이구나. 내겐 그냥 한번 봐야 했던 곳, 도쿄타워가, 그 곳이 자신들의 가슴속에 마치 부모님처럼 어릴때부터 늘 가슴속에 존재했던, 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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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 줄거리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에는 이제 갓 스물살이 되는 청년과 마흔 언저리의 여자의 사랑이 등장한다. 이들은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토오루와 코우지는 연상의 여자, 그것도 남편이 있는 유부녀와 만나서 사랑을 하지만, 둘은 많이 다르다. 토우루는 시후미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늘 시후미가 자신의 주변에 있다고 느끼면서 시후미가 좋아하던 노래,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녀와의 미래를 생각한다. 함께 생활할 수 없다면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당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고 싶은 것.


하지만 코우지는 그녀들을 마음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는 아츠코 라는 연상의 여인을 만나서 사랑을 하기도 했고, 그 여인과 헤어진 후로는 키미코 와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육체적인 관계로만 만날뿐 깊게 생각하지는않는다. 언젠가는 정리해야만 하는 관계들. 반면에 자기 또래인 여자 친구 유리 와는 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지만, 이것조차 쉽지는 않다.


그렇게 둘은 아주 단짝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다른 청년들.


현실의 불륜과 불륜의 이야기


벌써 출간된지 몇년 된 소설이지만, 검색해 보니, 아직도 나처럼 읽는 사람들이 있는 듯했다. 불륜을 아름답게 그린 소설이라는 비판도.


아랍권의 문화에 대해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곳이 있다. 하렘. 술탄의 부인들이 거처하는 곳. 서양인들의 시선으로 그린 많은 그림에서 이슬람 하렘은 늘 벗고 있는 여인들을 그림으로써, 성적으로 난잡하고, 선정적이고, 퇴폐적인 곳이라고 싸잡아 매도하면서도 질투 또는 부러움의 시선을 담아 묘하게 조롱하듯 이야기 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렇게 성적으로 문란하게만 묘사하는 그 선진국의 사람들은 정말 모두 한명의 부인만 두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 우리 “쉬, 쉬” 하면서 모두 알고 있는데 말이다. 한 집에만 살고 있지 않을 뿐, 다수의 부인들을 두고 있는 남자들이 요즘에도 얼마나 많은지.


(나는 며칠전에도 어머니 또래의 어떤 여자분의 입을 통해, 그분의 여동생은 이혼했는데, 그 이유가 제부가 다른 여자한테서 아이까지 낳아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혼했을 당시 제부는 이혼 안한다고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하면서 본처에게 와서 빌었었으나, 본인 집에서는 거기까지는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서 이혼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동생도 이제 남편이 그렇게 비는 모습조차 정내미가 떨어져서 보기 싫어했었다고.


그리고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서 옆에 없는 남편이지만) 내 남편이 남자 친구였던 시절, 남편은 알고 지내는 어떤 사업가 얘기 중에 우연히, 그분은 부인이 둘 있다고 했었다. 내가 말도 안된다. 우리나라는 중혼 불법인데, 어떻게 부인이 둘이 되냐? 했더니, 첫째 부인에게도 아이가 있고, 둘째 부인에게도 아이가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자기가 그 두명의 사모님 집을 다 가봤다고 해서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었다.


그 이후 심지어는 내가 직접 어느 모임에서, 어떤 남자분이 본인이 실수로 (부인 말고) 다른 여자한테서 애를 하나 낳아가지고, 아직도 챙기고 있다고 하는 얘기를 직접 내 귀로 들으면서, 귀를 의심했던 기억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의 우리나라에도 너무나 많은 경우에 부인이 한명이 아닌 경우가 많거늘. 최근에 “그쪽에도 딸이 있는데, 딸을 버릴수 없지 않냐” 이혼을 요구하는 모 기업의 회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굳이 재벌이 아니어도 이런 경우는 많을 것이다.


남자만 그럴까? 여자도, 남자보다 그 경우의 수가 적기는 하겠지만, 여자도 남편 외에 ‘두집 살림’ 하는 경우 다수 일 것이다.)


모든 드라마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소설 속의 이야기들도 현실을 반영해서 생기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또한 허구, 픽션이기에 소설 안에서 우리는 우주에도 가고, 타임머신도 타고, 동물들도 말을 한다. 이런 공상의 이야기들도 그려지는 마당에 소설에서 이미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얘기를 그리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소설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또한 깨닫는다. 모든 사람은 가까이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없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사랑 또한 멀리서 보면 그것이 불륜이라 지탄받을 지라도, 그들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의 사랑또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심지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진실이라면 그것은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것을.


이 책은 그 도쿄 타워가 소설의 제목이길래 골랐는데,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되는 그 사랑이야기가 불륜이어서 사실 나도 약간 당황하기는 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문장이 아름답고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워서 금새 처음에 주춤했던 마음은 잊어버리게 된다. (아마 개개인의 도덕률은 본인이 알아서 지키는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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