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댐 클린턴
그녀들에게 빚진 우리의 삶
들은 얘기. 아직 어린 딸이 한명 있는 젊은 엄마.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는 내 딸이 너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부모가 딸한테 해줘야 하는 것은 어떤 배필을 만나게 해 주느냐 인것 같아요. 괜히 여자 공부 잘해서 자기가 의사하고 변호사 하고 뭐 그런거 해봤자 얼마나 고생하고 힘든가요?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고. 또 여자는 애기도 낳고 키워야 하는데. 전 그냥 지금 이렇게 사는 제 삶이 너무 행복해요. 내 아이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래도 부모는 딸이든 아들이든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자기 스스로의 역할을 찾기를 바라면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아들이면 모르겠지만 ‘딸’은 별로 공부를 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야기를 나눠본 60대의 어머니도 내가 궁금해 하면서 질문하자 비슷하게 얘기하셨다.
“나도 그렇고 내 동생들도 십원 한 장 벌어 본적 없어.
우리때야 뭐, 돈 없는 사람들만 일하고 했지 뭐.”
이 분은 그 연배에 대학을 졸업하신 분이고 여 동생들도 모두 국내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인재이다. 그들 중 아무도 사회에서의 일은 하지 않았으나, 최근에 한 여동생만 남편이 잠깐 부재하게 되어서 미술교습을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그 여동생분은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했다. 결혼 당시 남자의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집에서 반대 했지만, 여동생이 남자가 서울대 의대 출신이니 괜찮을 거라고 설명 해서 결혼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결혼하고 평생을 주부로 지내다가 최근에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래서 아직 살아계시는 친정 어머님이 굉장히 안쓰러워 하신다는 것.
그리고 최근에 만났던 어느 20대 여성도 이렇게 이야기 했다.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때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그랬거든요. ‘엄마 나는 엄마처럼 그냥 집에서 살림하면서 살고 싶어.’ 라고요.”
“아. 그때 어머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엄마야, 뭐. 제 말듣고 놀라셨죠.
잠깐 멈칫 하시다가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이런 모습이든 저런 모습이든, 삶은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 모든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태 중의 하나인 것에 불과할 뿐, 그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일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본인의 가치관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여성들이 사회에서의 일을 거부하고 주부로서의 생활 만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지위와 권위를 가지고 지낼 수 있는 지금의 사회와 문화는, 바로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우리 이전의, 그리고 지금과 나중의 많은 용감한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 만은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신과 자기 가족을 부양하고자 하는 의지, 공직에 진출하고자 하는 욕망, 사회의 각 분야에서 성공을 바라는 꿈을 가진 야망에 가득찬 여성들이 있었기에 그렇지 않은 여자들 조차도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는 내가, 만약에 지금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태어났거나, 아니면 아직도 남편의 허락 없이는 바깥 외출 조차 못하는 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지금처럼 남편과 대등한 관계에서 가정에서의 많은 일들을 논의할 수 있는 그런 권리가 내게 있었을까? 지금 처럼 아이들의 양육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었을까?
굳이 가정 밖으로 나가서 사회에서 여자의 권리를 논하지 않더라도 가정에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여자가 자신이 속한 그 가정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정도의 권리를 가지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여권 향상을 인권향상으로 여기면서 세상을 상대로 때로는 싸우면서, 여자의 몸으로 사회에서 남자 못지않게 많은 일들을 해내고자 하는 야망을 가졌던 여성들에게서 비롯된 것들일 것이다. 나는 그녀들에게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꿈과 야망을 가진 여자들을 존경하고 지지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내게도 더 친절해진 것이고, 또 계속해서 꿈과 야망이 있는 여자들이 많이 사회에 존재해야만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도 더 나은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 뿐 아니라 내 딸도, 많은 힘든 고비가 있을 것이고,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녀가 출산과 양육의 굴레에 무릎 꿇지 않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우뚝 서길 바란다. 그것이 내 딸이 사는 세상과 그녀 이후의 세계가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가 그녀에게 스스로 모범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나를 응원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너를 위해서, 너의 삶이 더 자유로워지고, 너가 살아야할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을 볼때마다 무한한 경외감을 느낀다.
미국 퍼스트 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역임한 그녀는 그저 그 삶 자체로 영감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이 그녀를 접할 때마다 든다. 그녀의 저서 ‘힘든 선택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을 엮은 책으로 8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의 책이다. 그래서 읽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국무장관 시절의 일화들을 읽다보면 국제 관계에 대해서 새로운 눈이 열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녀의 꿈과 야망을 응원하게 된다. 이런 여자가 세상에 있음이 참 다행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