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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Apr 30. 2023

나는 너를 챙길게

영화_ 그것만이 내 세상


 나는 아마도 신파를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했다. 나는 무지 거창한, 저 세상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나 이야기들 보다, 그저 내 곁에 언제나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에서 더 감동을 찾는 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나는 너무 평범한 이야기들을 읽거나 보는 것이 아주 즐겁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경우가 참 많다는 생각도 드니까.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한지민이 나오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를 보는 동안 많이 울었다. 아, 이렇게 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금 창피할 정도로. 하마터면 꺼이꺼이 하는 소리가 나올 뻔도 했다. 혹시나 그럴 까봐, 그러면 너무 창피할 까봐 꾹 참았지만. 그렇게 울고 나서, 영화를 본 감상으로 “아, 뭐야. 다 뻔한 얘기잖아. 아, 이런 얘기 너무 많아.”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극중 이병헌이 맡았던 조하와, 박정민이 연기한 진태의 엄마인 윤여정이 했던 대사들이 맴돌았다.


 “왜, 그때 나는 안 데려갔어요? “
“나도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그래, 내 다음에 태어나면 조하 니만 챙길게.”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창피하게 울었던 지점이 바로 이 장면이었던 것 같다.




 나는 4남매 중의 첫째인데, 다 자란 이후에도 늘 엄마한테 서운해했다. 엄마는 항상 동생들만 챙긴다고. 나도 관심이 필요한데, 왜 나한테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냐고. 왜,

“넌 니 혼자도 잘항게”

 라는 말만 하냐고.

“그럼 나도 나 혼자 잘 못할까? 그럼 나도 좀 쓰러질까? 나는 씩씩한 게 팔자라서 이렇게 외롭게 사는게 운명인거야? 왜 나는 신경 안 써줘?”

 이게 부모님을 대하는 나의 레퍼토리 였다. 그러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항상 그랬다.

“그럼 어쪄야?”

라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은 그런 의미에서 참 고마운 영화였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해준 영화.(물론 우리 엄마는 나를 버린 적도 없고, 아빠는 그렇게 가정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아니었고, 내겐 장애를 가진 동생도 없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다. 아, 이런 것 나만 그런 것 아니구나. 라고. 동질적인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분명 나와 같다고 느끼는 지점이 존재하는 새삼스럽게 신기한 경험)



 내 눈에는 윤여정이 분했던 엄마가 자꾸 동생 진태만 챙기는 것이 참 자주 들어왔다. 물론 진태가 장애를 가졌으니, 더 그렇겠지만, 그렇게 이해를 한다고 해도, 내 눈에 엄마는 너무 동생만을 챙겼다. 형이 동생과 외출해서 동생이 잘못해서 경찰서에 다녀온 날, 엄마는 형을 나무 랬다. 그 동안 대체 얼마나 형편없이 살았길래 그 나이 먹고도 이 모양 이냐고.



 아, 나 그때 사실 그 엄마한테 이 말 하고 싶었다. (막, 내가 조하, 이병헌으로 분해서) 내가 그렇게 살 때, 내가 그렇게 형편없이 살 때 엄마는 뭐했냐고. 그렇게 내가 형편없이 사는 동안 엄마는 나 버리고 진태 데리고 살지 않았냐고. 그렇게 살면서 나는 한번도 생각 안 했냐고. 그렇게 몇 번을 부딪치고, 가끔 엄마가 조하에게 미안하다고도 했지만, 엄마는 역시나 여전히 죽으면서도 끝까지 진태 생각뿐이다. 조하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지만, 다시 태어나면 내 너만 챙길테니, 이번에는 너가 좀 동생 좀 챙겨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조하는 누가 챙겨주는 걸까? 조하도 늘 외로웠을텐데. 난 조하가 참 가슴이 아팠다. 안아주고 싶을 만큼.다음 생이 아니라, 너 지금 아픈 만큼, 내가 '지금' 안아주겠노라고 하고 그렇게 해주고 싶을 만큼



 너에게는 아무런 기약 없는 다음 생에 잘해줌을 약속하고, 나는 니 동생을 챙기겠노라가 아니라, 내 지금 너를 챙기겠다는 현실적인 약속.



 때로 부모들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변명이 붙기는 하지만, 한번도 잘해준 적 없이, 굉장히 잘못한 상대에게, 그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죄를 하기 보다는, 형으로서, 아들로서의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 남편에게 맞으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까지 했던 그 아픈 과거가 아들을 버린 것에 대한 잘못을 정당화를 시켜줄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미안하다 말하는 엄마에게, 조하는 이야기 한다.

“아, 됐고. 그냥 편하게 있다 갈게요.”라고.


 그 무슨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감히. 그저 긴 시간을 두고 참회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밖에 없을 텐데, 이미 늙고 병든 엄마는 그럴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고, 여전히 죽는 그 순간까지도 맘에 밟히는 것은 진태일 뿐인 것을. 한때 유명했던 복서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라도 부유층을 거치지 않고서는 콩쿨 입상조차 못하는 부조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달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나는, 좋아하는 운동이 있고, 그 운동에서 최고의 자리에도 올라봤고, 미친 듯이 하고 싶은 피아노 연주가 있는, 조하와 진태가 때론 부러웠던 영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내 인생을 걸만한 내 세상이 있는 가에 대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게 했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너무 가벼워서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울다 나오게 되는 뻔한 스토리.아, 나는 이런 뻔한 이야기가 좋다.왜냐면.  꼭 내 얘기 같아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많은 사랑을 주겠노라. 매일 다짐한다.

내가 서운함을 느꼈던 지점을 이해하고, 아이들은 그렇지 않도록.

물론 그럼에도 내 아이들도 서운한 것들이 생기겠지.

그래서 필요한 것은 대화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를 공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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