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힘

필사의 힘

by 도르가

15개월 기록의 시간

나는 지난해 15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필사를 했다. 어느 달은 시편을, 어느 달은 잠언을 필사했다. 특별한 결심이 있어서 필사를 했다기 보다 일상의 기적을 만나고 싶었다. 때론 지친 날도 있었고 퇴근 후 힘들어 기절하듯 누운 날도 있었지만 다시 힘을 내어 매일 필사를 했었다. 요동하는 감정 속에서도 손은 움직였다. 그 시간은 분명히 내 몸과 마음도 함께 필사하며 새겨지는 시간이었다.


필사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요동쳐도, 작은 말에 흔들림에 상관없이 중심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게

해주었다. 시편은 마음이 무너질 때 건네는 위로가 많이 있다. '너의 마음이 지금 이렇다는 것을 내가 안다'

라고 인정해 주는 위로의 말씀이 많이 있다. 시편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시편은 울어도 된다. 흔들려도 된다. 그래도 하나님께 다 말할 수 있다는 인간의 감정이 날것으로 담긴 책이다. 시편의 기자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제하지 않는다. 울부짖듯 말하고, 때론 항의하듯 질문하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시편 필사에서 가장 위로를 받는 말씀은 시편 23편이었다. 나에게 다시 새 힘을 주시고 나를 바른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말씀으로 나는 힘을 얻었다.


잠언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인간관계와 말, 돈과 시간, 분노와 절제를

매우 현실적인 조언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판단을 잘하도록 이끌어 준다. 필사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삶 앞에서 조급해지지 않기 위한 훈련이다. 미국 과학 잡지 Scientific American은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가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타이핑보다 손 글씨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다. 필사는 단순한 베끼기가 아니라, 문장을 몸으로 통과시키는 과정이다. 그래서 말씀이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내려온다. 국내 여러 작가들도 필사를 글쓰기의 기본 연습으로 언급해왔다. 요즘은 필사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좋은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다 보면 생각의 속도도 함께 느려 진다. 그 느림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지난 15개월의 시간은 나에게 평온함을 주었다. 문제 앞에 서는 나의 자세도 달라졌다.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쉬면서 감정에 앞서기 보다 침묵하며 기다리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꾸준함과 끈기는 나에게 큰 무기가 된다. 하루는 작지만 그 하루가 매일이 되면 큰 힘이 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책상 위에 놓인 15개월의 시간을 매일 바라보고 있다.

그 시간을 잘 쌓아온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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