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저장소
손이 기억하는 마음
나는 정성이 들어간 물건을 좋아한다.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의 얼굴을 몰라도, 마음의 결은 느껴진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시간을 들이고 손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물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바느질을 해왔다. 오래 전에 퀼트를 4년 정도 배웠다. 파우치, 열쇠고리, 작은 소품들과
조끼, 가방 등등 정말 많은 것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유튜브를 통해 재봉틀 하는 방법을 익히고 요즘은
재봉틀과 손바느질을 함께하면서 만들고 있다. 손 공장을 돌린다고 나는 이야기를 한다.
여러 개의 선물들을 만들면 사진을 찍어 두고, 늘 새것을 챙겨 두었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선물을 한다.
요즘 나의 선물 서랍장이 휑하니 비어있다. 칸칸마다 차있던 선물들이 어디론가 모두 제 갈 길을 갔다.
언제 다 이렇게 다 선물로 갔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것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은
언제 하지? 돌아보니 늘 가장 마음에 드는 것, 가장 잘 만든 것은 늘 남의 몫이었다. 실수가 있거나
덜 이쁜 것들은 내 곁에 남겼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그것 또한 정성 들여 만들었으니깐.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 닳고 닳을 때까지 쓰고 있는 것을 볼 땐 마음이 뿌듯했다.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의 일상이 되고,
그 사람의 하루 속에 스며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 박완서는 '정성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라고 말했다.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을 믿는
일이다. 바느질을 하며 나는 늘 누군가를 생각했고 그 마음이 물건보다 먼저 완성되었다.
마음 저장소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한다. 나는 바느질을 한다. 이틀, 사흘
조용히 손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정리된다. 생각은 단순해지고, 감정은 제자리를 찾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몰입'이라고 했다. 손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 사람은 가장 안정된
상태에 머문다. 비싼 명품에 대한 집착이 없다. 젊은 시절 몇 번은 가져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 역시 닳고 헤어진다. 결국 남는 것은 비싼 가격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건넸는지, 그 기억은 쉽게 닳지 않는다. 나는 평온한 삶이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 시간, 선물하며 나눈 눈빛,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명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생각의 나무에서 '손으로 하는 일에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라고 썼다. 나는 그 문장을 바느질하며 자주 떠올린다. 정성은 사람에게 남아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조만간 바느질을 해야 할 것 같다.
앨범 속에 쌓인 그 많은 선물을 다시 채워 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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