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60살
작년까지만 해도 나이를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문득 내 나이를 생각하니 어느새 58세가 되었다.나이를 갑자기 생각하는 것은 엄마가 60살에 떠나셨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33살이었다. 스물셋에 결혼해 서울로 이사 온 뒤 어느 날 엄마의 위암 소식을 들었다. 60세라는 나이는 나에게 멀게만 보였다. 그래서 엄마가 떠난다는 사실은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슬픔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몰랐다. 60살이라는 나이가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나이인지 알지 못했다. 엄마는 평생 장사를 하셨다.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삶에 모든 시간을 쏟으셨고 자신을 위한 삶은 늘 뒤로 미뤄두었다. 서울에서 치료하기 위해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몇 달 동안은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침묵은 체념이 아니라 억울함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보기도 전에 엄마는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너무 빠른 이별이 나는 너무 힘들었다.
시린 겨울로 시작된 엄마의 시간
엄마가 살았던 60살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겨울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겨울의 시작이 아니라, 너무
시린 쨍한 겨울을 만나셨다. 언제 이별하는지 막막하고 불안한 시간 속에 엄마는 통증을 동반한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다. 나는 다가오는 그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겪어야 했다. 아픈 몸으로도 자식 걱정을 먼저 하던 엄마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과 손자들, 그리고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작은 꿈들, 장롱 속에 곱게 걸려 있는 우아한 원피스, 외출할 때 멋들어지게 낄 멋진 시계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엄마는 1년 남짓한 투병 끝에 이별을 하였다. 엄마가 떠난 뒤 나는 남겨진 것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렇게 애써 지켜온 것들이 결국은 아무것도 함께 가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인생을 다르게 보게 됐다.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 보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생각하게 됐다. 오늘을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루지 않는 삶이 얼마나 필요한지 33살의 나는 너무 일찍 배워버렸다.
인생은 언제든 방향이 바뀌어 질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3살 이후 나는 욕심에 신중해졌다. 지나치게 애쓰는 삶이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엄마의 60살은 나에게 끝이 아니라 질문이 되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오늘을 써야 할까. 그 질문은 오늘도 나를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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