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내는 짧은 위로
내 인생 빨간딱지
몇 년 전,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세탁을 하려고 세탁실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종이 한 장을 보았다.
세탁기 옆에 붙어있던 그 종이는 그동안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빨간딱지'였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편의 사업실패는 이미 우리 가족의 삶을 많이 흔들어 놓았다. 그 장면은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못했고, 치킨 한 마리 사줄 돈이 없어 미안함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출퇴근할 차비조차 빠듯했던 날들, 3000원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지인을 통해 나의 생활비가 충당되는 기적 같은 날들을 만나기도 했다.
나의 소원은 거창하지 않았다. 지갑에 십만 원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나는 정말 오래, 그리고
간절하게 했다.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내겐 더 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울며 기도했던 날들이었다.
울면서 하루를 버텼고, 기도하며 오늘을 넘겼다. 그 시간이 무서웠고 나를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날의 빨간딱지는 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배우는 시작이었다.
지갑 속 십만 원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돈으로 상처를 받았고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돈을 지키는 법을
익혔고, 작은 안정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지갑에는 늘 십만 원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금액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그 돈은 마음의 중심이다.
십만 원은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현재의 나를 붙잡는 약속이다. 아이들에게 사주지 못했던
치킨, 지하철을 타며 하루의 생활비를 걱정했던 날들, 그 모든 기억이 그 돈 앞에서 조용히 나를 생각
하게 해 준다. 고통은 흔적이 되어 있지만 나를 망가뜨리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그 시간을 잘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오늘도
잘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건강하게 살아내고,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는 사람. 누구나 인생에서 빨간딱지 같은 순간을 만난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나를 지켜내는 일이다.
누군가는 오늘도 그런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하면 좋겠다.
잘 버텼고, 잘 살아왔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앞으로도 분명 잘 이겨낼 거라고. 나는 하나님을 믿고
있다. 그분은 오늘도 나의 삶에 주인이 되어 주셔서 나를 성장시켜 주고 계신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장 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