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좋은 생각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소중함

by 도르가

봉합되지 않는 묵은 상처

우리 형제는 친하게 지내는 관계가 아니었다. 왜 그런지 지금도 사실 궁금하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함께 밥을 먹고 다투고 등을 돌리고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넘기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형제 사이의 서먹함도 말 한마디 아끼던 표정도 그때는 그 의미를 모른 체 어른이 되어 버렸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떤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굳어버린다. 살이 붙지

못한 자리에 굳은살이 남아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은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존재를 드러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우리 형제는 조금씩 멀어졌다. 오해도 있었고 상처도 있었다. 그것이 작은 틈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각자 바쁘다는 이유, 각자의 거리와 시간 같은 현실적인 이유들이 겹쳤다.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서서히 미루고 미룬 것이 오늘까지 온 것이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마산을 떠나 우리 집에 오시게 되면서 형제간의 왕래는 더 멀어졌다.

마음속에서는 용서하지 못하는 화남과 섭섭함이 올라왔지만, 가족이니깐 누가 모시면 어떠랴 하면서

오빠의 빈자리로 나는 당연히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맡아서 처리를 했다.

누가 시킨 것도 떠넘기 것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고 내가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형제들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각자의 삶과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말하지 않은 마음과 의논하지 않은 시간이 쌓여갔다. 그렇게 상처는 봉합되지 못한 채

오래도록 굳어진 굳은살이 되어 버렸다.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신 지금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슬프기도 하다. 두 분이 돌아가시기 전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사랑했었다면 가족의 관계가 많이 달라졌을까?

때론 나에게 자책감으로 때론 죄책감으로 나를 힘들게 할때가 있다. 이제는 꺼낼 수 없는 이야기로 내 마음 저 밑바닥 가장 꽁꽁 숨겨두고 꺼내보지 않았다. 이제 와 뭐 어쩌라고? 하며 각자 가정을 꾸리며 잘 살고 있는 삶을 흐트러 뜨리고 싶지 않았다. 지나고 나서 이제 와 알게 된 소중함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잘 살아라 모두들' 이제는 품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라고 다시 묻어 두련다.

#가족 #소중함의의미 #오늘도감사 #오늘도글을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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