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잔
어느 날, '피타고라스의 잔'이라는 컵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컵이다. 딱히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물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정해진 선까지는 물이 그냥 차오른다. 그런데 그 선을 넘는 순간, 잔 속의 물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전부 바닥으로 빠져버린다. '조금만 더'가 결국 '아무것도 없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피타고라스의 잔이다. 그래서 이 잔의 별명이 '탐욕의 잔'이다. 이 잔은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기원전 570~495년경)와 관련된 유물로 전해진다. 그가 살았던 사모스 섬에서 제자들에게 절제를 가르치기 위해 고안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며, 지금도 그 섬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된다. 잔 내부에 숨겨진 사이펀 구조가 일정 수위를 넘으면 액체를 전부 빼내는 원리로, '욕심을 부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물리적으로 보여준다.
욕심의 얼굴
욕심이라 하면 뭔가 탐욕스럽고 부정적인 사람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로 선을 넘게 만드는 욕심은, 그런 얼굴로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온다. 그러니 그것이 사랑인지, 선을 넘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린다. 부모가 되고 보니 그 말이 정말이다. 자주 전화하고 싶어도 참게 되고, 이것저것 조언해주고 싶어도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선 애정 표현인데, 자녀 입장에선 간섭이 되는 것이다. 마음을 나누려다 오히려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선은 대체 어디일까.
서로의 거리는 있어야 한다
명절이다. 며느리와 아들, 딸이 모두 한 집에 모였다.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친척들도 각자의 가족과 명절을 보내기로 한 지 오래다. 우리 집은 아들이 결혼하기 전, 상견례 자리에서 사돈께 한 가지 말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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