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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번째-어른이 된다는 것

by 도르가

너! 뭐 되고 싶니?

난 폭싹 속았수다 학씨 아저씨의 대사가 신선했다. 비아냥거리는 그의 말투가 난 솔직히 '응! 그래 나 뭐 되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학씨 아저씨가 말하기 전 난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름을 세상에 알리진 못해도 지구 한 귀퉁이에 있는 내 자리 내 이름이 그냥 살다가 돌아가는 인생은 되고 싶지 않았다. 난 뭐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엔 사는 게 어려워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그 와중에 아빠는 술만 드시면 엄마랑 싸우기에 또 바쁘셨고 우리는 자다가 신발 들고 이웃집으로 피신하기에 바빴던 참 힘든 시절을 보내었다. 먹고살기 바쁘니 꿈이고 뭐고 없이 작은 쪽방에 4형제가 다닥다닥 붙어서 자고 일어나면 학교 가고 장사하는데 도와드리고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나는 뭐가 되고 싶었을까?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왜 이리 불쌍했었지? 갑자기 눈물이 나는 나를 보니 참 안쓰럽기까지 한다. '윤주야! 괜찮아 그래도 넌 지금 잘 컸고, 너의 일에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었어. 잘하고 있어 울지 마!' 하며 다시 글을 써본다.


성인이 돼서야 나는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하나 둘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있는 나는 지점토를 시작으로 버려진 가구들을 주워다 다시 새롭게 리폼하기를 잘했다. 퀼트에 바느질에 간단한 옷 만들기 등등... 그런데 쓰고 보니 죄다 손으로 몸으로 하는 것들 뿐이란 걸 알게 되었다. 무수리 인가? 왜 이리 몸으로 하는 것만 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막연한 생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은 아무나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선생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선생은 포기하고 나는 글 쓰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선생님께 편지를 썼는데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았는지 10장의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보냈었다. (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선생님을 찾아뵐 때 선생님께서 나의 편지를 보여 주셔서 알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때 그 편지를 보여 주셨는데 읽어보질 못했다.....


막연히 글을 많이 썼다. 문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냥 막 쓴 글들은 노트마다 수첩마다 쌓여있지만 지금 와서 낡은 수첩을 뒤적여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이리 많이 썼을까? 하는 나를 향한 의문이 들기도 하다. 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하루가 우울하기도 했고 내 머리 위에 둥둥 떠있는 생각들을 붙잡지도 못한 채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견딘 시간들은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마음의 상자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었다.


이제는 상자를 열어보자고!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에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책으로 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올해부터 내 안에 글들을 꺼내어 하나둘씩 쓰기를 시작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땐 덜컥 겁이 났다. 나와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고 내 마음을 세상에 보인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누가 보면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내 부족함과 연약함이 약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갈 수가 없었다. 누구나 하나쯤은 숨기고 감추고 싶은 사연들이 있다는 것을 시간이 오래 지나 알게 되었다. '휴~~! 다행이다. 나만 그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그 사람도 이 사람도 저 사람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사연으로 살아가고 있었구나' 이제 마음 놓고 나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고 글을 쓰면서 내 안에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었다. 숨겨놓은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 나니 무거웠던 내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마음이 평안했다. 비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아픔들이 아물어져서 새살이 솔솔 나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구나 싶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따뜻함이 되고 다독이는 친구가 되고 어둠 속에서 작은 한 줄기 빛이 되면 좋겠다. 자~~! 상자를 하나씩 열어볼까?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되더라..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나의 다짐을 만들었다.

오늘도 혼자지만 괜찮다.

마음이 시끄러우면 조용한 풍경 찾기

나는 나를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감사는 모든 것을 치유했다.

힘들다고 한들 힘이 나지 않는다.

불안이 몰려오면 은둔의 장소를 찾아라.

무너진다고 나를 버리지는 말자.

쨍한 여름이 가면 가을은 꼭 온다.

모든 사람이 다 악하지는 않더라.

그래! 살면 살아져 살아진다고!

힘들 땐 누군가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하자.

내일은 또 다른 해가 뜨니 괜찮을 거야!


방파제

글을 쓰고 보니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재승 교수님의 말이 나에게 큰 울림이 있어서 마음에 새겨 두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마음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무기력함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어른은 모든 것을 팔짱 끼고 유리 너머로 바라보

'전망대'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파도에 맞서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방파제 같은 거'라고.....

집사부일체 - 정재승 교수 -


이 말을 들으면서 패널들도 멍... 하니 가슴을 쓰려 내렸다. 나도 뭔가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에 영상을 보고 또 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오만하거나 자만했던 모습이 한순간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묵묵히 수행하는 방파제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라 한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잘 늙어가야겠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 23년 제주도 5월의 어느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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