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쓰는 21일간의 편지 -열여섯 번째

by 도르가

살아낸다는 것의 용기


축복짱, 오늘 엄마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어. 어두운 방, 이불을 뒤집어쓴 아이, 그리고 그 곁에서 조용히 말을 건네는 할머니의 대사...


"사슴이 사자를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일까. 소라게가 잡아먹힐까 봐 숨어버리면 겁쟁이일까. 다 살려고 그러는 거야. 모양이 빠지고 추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건 다 용감한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던 감정 하나를 마주했어. 살기 위해 애써왔던 시간들. 티 나지 않게 버티고, 들키지 않게 견디고, 아무 일도 아닌 척 하루를 넘기고, 한 달을 넘기고, 몇십 년을 넘겨왔던 날들. 그 모든 날들이 사실은 꽤 용감한 날이었다는 것을.

엄마도 살아보니 스스로가 초라하고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어.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될까. 왜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걸까. 그런 생각이 마음 깊은 곳을 후벼팠던 날들이 있었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견디었는지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오늘 영상을 보면서 나는 무너진 것이 아니라, 지금 잘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그 드라마의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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