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다

오늘이 나에게 전하는말 -1

by 도르가


말투와 행동

오래전 아주 오래전 2015년도에 방송국 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작가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기독교 방송국 작가가 되어 여러 편의 프로그램을 했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지방을 다니고,

주중 주말할 것 없이 방송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인지라 덕분에 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다.상대의 말투와 행동을 보면서 내가 상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나의 말은 글로 표현이 되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방송이 되었다.

그때는 열정 페이로 일을 하였지만 참 행복했다. 무보수여도 좋았고, 내 돈 내산으로 뭘 해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때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했다. 준비 없이 정보 없이 그냥 글을 쓰면 되는 줄 알고 지원을 했다가 한 번에 실패의 고비를 맛보고는 그 후로 마음을 접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장작불처럼 은근히 나의 마음에 불쏘시개를 주고 있었다. 늘 내 머리 위엔 반짝이는 글과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다.혹여라도 날아갈까 봐. 급히 수첩과 펜을 꺼내 적어 놓았다. 급하면 메모장에 적어 놓기도 하였다. 그런 글들이 여기저기 참 많이도 적혀있었다. 언제 가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 말이 많아요

한번 말을 하면 할 말이 많아진다. 그동안 내뱉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켜켜이 쌓여서 누굴 만나면 마구 쏟아내고 싶어서 조잘거림이 많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말하지 못하는 말을 하고 싶어 했다. 울고 싶어 하기도 했다. 묵혀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서 망설이고 어려워하니 사람을 만나도 편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 나의 마음을 편하게 내놓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나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 가족도 그러하지 못한다. 내 친구들도 맘 편히 말을 해도 집에 돌아와서는 고민이 된다. "괜히... 그 말을 했나?" 아마도 나처럼 그런 고민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 편하게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속이 까맣게 되어버린.....


외로움과 고독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같이 사는 부부도, 가족도 동료도 이웃도 함께 있을 땐 행복하고 즐겁지만 각자 개인으로 돌아왔을 땐 누구나 외로움과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외로움과 고독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을 나이가 좀 들어서 알게 되었다. 신기율 작가님의 '은둔의 즐거움'이란 책 속에 나만의 장소를 찾으라고 한다.누구나 각자의 마음 출구가 있듯이 나에게 외로움이 찾아왔을 땐 그저 반갑게 그 녀석을 맞이하고 나만의 출구를 찾아서 잠시 그 자리를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 나에게 찾아온 외로움과 고독

오늘 아침 갑자기 문득... '어? 왜 이리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 나의 루틴은 성경을 쓰는것에서 시작을 한다. 성경을 쓰고 읽고 마음에 평안을 누리는 시간을 갖고 있음에도 성경을 읽다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출근을 미뤘다. 어디에서 들어온 마음일까? 무엇 때문에 생긴 마음일까?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스타를 잠시 보는데 가까운 동네에 미술관이 보였다. 산자락에 자그마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인테리어와 수많은 책들이 꽂힌 책장이 보였다. '그래! 오늘은 여기를 가보자!' 무작정 길을 나섰다 네비를 켜니 집에서 30분 거리라고 한다. 얼른 차에 올라 목적지를 향해서 가니 예전에 요양보호사로 방문을 했던 집 근처에 있는 미술관이었다. 오호!!

반가웠다. 아는 길이고 아는 지역이라 낯설지 않아서 좋았다.차를 몰고 가면서 드는 생각은 '나를 위한 여행을 하자고 했는데, 오늘은 이곳으로 여행을 가보자'였다.소풍 가는 마음이 행복했다.


오늘 마음의 출구에서 차 한잔

소전 미술관은 꽃이 피거나 낙엽이 빨갛게 물들어 있을 때 보면 더없이 좋을 곳 같다. 오후 2시 반의 풍경도 참 이뻤다.안에 들어서니 깔끔한 인테리어가 맘에 쏙 들었다. 인스타를 보고 무작정 나선 길이라 사람이 많으면 어떡하지? 했던 걱정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즈넉한 풍경이 외로움과 고독을 멀리 보내 버렸다. 미술관은 독특했다. 곳곳마다 책들이 있었고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독특했다.


한 번만 오고 그칠 장소는 아닌듯하다. 아마도 이곳은 내 마음의 출구의 장소가 되어 이제는 자주 찾을 곳이 될 것 같다. 잠시 1층과 2층을 둘러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입가에는 미소가 담기고 내 마음이 행복해진다. 오늘의 행복은 여기로 정했다.


두근두근 두근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켰다. 어제오늘 글 쓰는 사람들의 카톡 방에서 기쁜 소식이 계속 들어오는데, 나도 기다리고 있는 소식이 있는데 아직 무소식이다. 조금은 초조한 마음이 들어 메일을 열어보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혹시....! 이번에도 실패일까? 그러면 또 도전하지 뭐! 하지만 만약 떨어진다면 창피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 마음이 영 오락가락한다. 마음이 다잡고 오늘 내일은 소식이 오겠지 하며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를 잡았다가 스산한 바람이 들어오니 다시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술관에 꽂힌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와 내가 가져온 '책 고전이 답했다' 두 권의 책을 읽어볼 참이었다. 노트북을 켜 놓으니 책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자꾸 오늘 소식에 마음이 들떠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려 볼까? 하는데 핸드폰 앱에서 알림이 '띵'하고 뜬다.

기다림이 시간이었다. 오후 2시 22분 브런치 팀에서 문자가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야호~~~!




마음이 콩닥콩닥 거린다. 이런 기분이구나 마음이 오늘따라 한 겨울 늦은 오후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외로웠는데 그 외로움을 탈출하고 싶어 밖으로 나왔더니 이런 기쁨을 안겨 주다니...!

예전에도 '작가'라는 나의 이름이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공식적인 명칭을 받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뿌듯하다. 패배했던 이전의 시간이 떠올라서 오늘이 더 값지고 행복한 것 같다고명환 작가는 이런 글을 남겼다.



패배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싸움에 져서 도망함'이라고 나온다.

'패'는 할 수 있다.'패'는 얼마든지 해도 된다.

오히려 인간은 '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하지만 '배'는 하면 안 된다.

'배'는 사람이 등지고 있는

형상을 따왔다. 져서 등을 돌리고

달아난다는 뜻이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110페이지 '


작가도 전에 져서 등을 돌리고 달아나지 않았다. 잠시 패했지만 나는 다시 도전했다.

이겼다는 통쾌한 마음이 드니 기분이 참 좋다. 행복이 내게 이런 기쁨을 안겨 주었다. 내가 정한 오늘은

이곳 소전 미술관 보기와 따뜻한 차 한잔 이였는데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승인까지 덤으로 주었다.

내 글을 통해 많은 사람이 "오늘은 행복하기로 선택했다"였으면 좋겠다. 외로움의 출구를 잘 찾아서 떠나는 여행도 함께 해보면 좋겠다. 오늘 25년 12월 4일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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