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책 샀어."
나는 1월에 전자책을 한 권 냈다. 아빠에게 드리는 마지막 편지라는 마음으로, 함께했던 6년의 시간을
아빠가 떠난 뒤 21일 동안 편지를 엮은 책이다. 출 간 후 여러분들이 책을 사주셨고,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어젯밤 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 나도 엄마 책 샀어."
순간 깜짝 놀랐다. 솔직히 글을 쓰면서 나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써놓은 게 많아서 아이들에게 내놓기엔
좀 창피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내가 아버지를 어떻게 모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견뎌냈는지 나의 내면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런데 딸은 책을 읽으며 공감했고 슬펐다고 한다.
특히 한 대목에서 울었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함께 울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원인은 아빠의 술이었다.
내 글을 읽으며, 딸은 책 속에 어린 엄마의 모습이 자기가 어릴 때 겪었던 감정과 너무도 똑같아서 놀랐다고 했다. 방문을 닫고 혼자 웅크린 채, 무서워서 울던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운다. 아이들이 어릴 적 술로 인해 부부 싸움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라 감정을 함부로 무시했던 것 같다.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어른들은 싸움의 이유를 기억하지만, 아이들은 그날의 공기를 기억한다고 한다. 고함의 크기보다, 침묵의 무게를 더 오래 품으며 아이들은 마음에 오랫동안 눌러온 무게를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산다.
뒤돌아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 어릴 적 그 아이는 아직도 내 마음에 살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또렷이 떠오르는 장면들이 그랬고, 방문을 닫고 어둠 속에서 귀를 막고 있기도 했다. 나는 어제 딸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해, 엄마가 그땐 잘 몰랐어"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다행이다. 책 쓰길 잘한 것 같다.
부모도, 자녀도 아직 자라는 중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났다. 부모님의 싸움으로 힘들었던 상처들이 이제는 아물어
간다. 이미 두 분은 이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러니 이제는 내 속에 어린 윤주는 떠나보내야 한다.
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글을 쓰면서 치유가 된다. 그래서 "마지막 봄 편지 아빠에게 드립니다"를 썼고
그 책을 통해서 딸은 엄마를 이해했다. 이번 책은 나의 마음과 딸의 마음을 건드리며 이제는 괜찮다는
위로를 준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살면 살수록 다 알 수가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실수하고 흔들리고 아이들 앞에서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척, 아는 척했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정말 잘 자라 주었고,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전부 나의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에게 쓴 책이 뜻밖에도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전해주었다. 완벽하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 미처 알지 못했던 두려움, 그리고 늦었지만 진심으로 건네는 사과. 그것이 아이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책을 쓰지 않았다면 서로의 아픔과 감정을 숨긴 체 살아가지 않았을까...
부모도 아이도 사실은 모두 자라는 중이다. 서툰 채로 나이를 먹고 사랑하고 늦게 깨닫고 또 넘어진다.
그래도 다시 배우며 세상을 살아간다. 나와 딸은 오늘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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