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한 장면

두번째 이야기 - 엄마라는 이름

by 도르가

나는 엄마입니다
아들 내외와 딸이 야외촬영 중인 직지사에 함께 왔다. 며칠 전 아들이 전화가 왔다 "엄마! 예솔이가 엄마랑 단풍 보러 가자고 하는데 토요일 시간되나?"
"스케줄 좀 보고 전화할게" 그러곤 퇴근길 아들 문자에 내일 된다고 어디 갈 거냐고 물으니 "승연이가 내일 직지사에서 촬영하고 있다고 하네~ 낼 직지사로 가요"
다음날 우리는 직지사로 향했다. 가는 내내 표현하지 못했지만 속으로 감동과 감사로 속울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아들이 결혼한 후 편하게 전화도 잘하지 못했다. 두 아이들이 가정을 꾸려가면서 잘 살기를 기도하면서 괜스레 시엄마라고 며느리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니 잦은 왕래보다는 서로 각자 잘 살자! 하며 전화도 가급적 자제했었다.

나는 어린 나이 23살에 결혼을 했다. 부모가 되는 것도 엄마가 되는 것도 모른 체 임신을 했고 두 아이를

낳으며 키우는 동안 두 아이가 경기를 번갈아 하며 하는 통에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내 눈앞에 선명해서 지금 이렇게 잘 커준 아이들이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벌써 아들은 35살, 딸 녀석은 33살이 되었다. 안 클 것만 같았던 아이들은 이제는 다 독립해서 각 자의 위치에서 잘 살고 있음이 매일 고맙고 감사하다. 초. 중. 고 시절에는 지인이 사기를 쳐서 가세가 기울 만큼 형편이 힘들었다. 모든 것이 멈춘 시간이었고 생활비도 없고 학비도 대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어느 날엔 아이들이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지만 14,000원이 없어서 눈물 흘리던 시간도 있었다. 그때 그 시간은 나에게 참 악몽 같은 시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렇게 편히 그날을 쓰는 것을 보니 어느 만큼 마음이 치유가 되었나 보다.

부모가 되니 맘 한편에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들은 큰 불만 없이 잘 커주어 감사한데 내 마음은 두 녀석들을 볼 때마다 그때 해주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으니 볼 때마다 " 뭐 필요한 거 없니? 언제든 말해 엄마한테"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ㅎㅎ


사람은 사랑을 받으면 잘 자라고,

사랑을 기억하면 더 따뜻해집니다.

그 첫사랑은 대개 부모입니다.

- 나태주 시인 -



재작년에 아들이 결혼을 했다. 이쁜 아이가 나에게 며느리로 들어왔다. 외향적인 내 성격과 정 반대인 아이는 말이 참 없어서 때론 심심하지만 (어쩔 땐 살갑게 다가와서 말하면 좋으련만...) 오늘 소풍의 계획이 며느리가 했다는 것으로 내 마음은 행복했다. 말이 없는 우리 며느리는 혼자 커서 그런지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내가 좀 답답할 때도 있어 집에 오면 며느리에게 내가 말을 많이 한다.


아이에게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다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너의 마음은 어떤지?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부담스럽지 않고 편한 시댁이 되게 해주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큰 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말없어도 괜찮다! 하하하~


직지사의 풍경이 너무 좋아서 연신 나는 감탄을 했더니 아들 내외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내 모습이 신기한가 보다. 말없이 나를 찍어주고 나도 두 녀석을 찍어주었다. 고마워서 행복해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말해 주었다. "고마워~ 나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

좋아 좋아"

솔직히 내 주변에 며느리를 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러운 이야기를 할 때가 있었는데, 나도 자랑 거리가 생겼다. 올 가을 직지사의 단풍놀이는 잊지 못할 추억의 한편이 되어 꺼내볼 때마다 무척 행복할 것 같다. 내게도 오늘 같은 날이 오는구나!

나도 시어머니구나! 나는 요즘도 내가 시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어느새 나이가 들었지?

신기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생각하니 혼자 빙긋이 웃어본다.

딸 녀석은 저 밑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조용히 딸 녀석을 보고 있다. 참 신기하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내게는 늘 어린아이 같은 녀석이 언제 저렇게 커서 PD가 되었을까? 늘 꼬맹이였는데 말이지..


엄마인 나는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어느 날 엄마가 되었는데 내 눈앞에 두 아이가 훌쩍 커서 어른이 되어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사하다.

곧.. 딸 녀석이 야외촬영이 마무리될 것 같다.
정자에 앉아 글을 쓰니 저물어 가는 오후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부모의 사랑은 뒤늦게야 깊이를 알게

되는 강물과 같습니다

- 박완서 작가 -



감사한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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