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지만 웃음이 남는 경험
나는 탈락한 가수였다
오래전 일이다. 근로자의 날은 회사마다 작은 축제가 열리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회사 대표로 노래자랑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당시유행했던 가수 중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라는 곡으로 본선을 목표로 2주간 개인 레슨까지 받고 출전을 했지만 예선 탈락을 했었다. 수백 명 직원 중 한 명으로 회사 이름을 걸고 나갔던 노래자랑이었는데 무대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내 나이 스물한 살의 실패는 창피한 기억으로 숨겨 놓았다. 그런데 세월이 35년이나 흘렀는데,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다.
가끔 이 노래를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들을 때면 그때의 떨림과 무대 마이크를 잡고 노래했던 기억이 난다.
떨어지는 순간 얼굴이 빨간 홍당무가 되어 내려오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나는 용기를 냈던 가수였다.
비록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노래는 지금까지 나와 항상 함께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 찬양대를 하고, 중, 고등학교 때도 합창단을 했었다. 지금도 매주 교회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무대의 크기는 달라졌지만 노래는 늘 내 곁에 있었다. 노래는 더 이상 목표가 아니라 생활이 되어 늘 나에게 힘을 준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사람이 어떤 기억을 반복해서 떠올린다는 것은, 그 기억이 아직 자신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 인 것 같다. 상처였지만, 굳이 지우고 싶지 않은 좋은 기억이 되어 있다.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에서 삶은 결국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호흡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내게 호흡을 찾는 일은 노래였다.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진즉에 접었지만, 노래는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기쁨이 되기도 한다. 실패한 무대에서 내려와 지금은 인생의 무대에서 매일 노래하고 있다. 실패한 무대 하나쯤은 내 인생에 꽤 좋은 장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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