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인생 -2

엄마의 화장품

by 도르가

엄마는 늘 바빴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항상 바빴다. 바쁘지 않았던 기억이 없다. 엄마는 늘 서 있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항상 물에 밥을 말아서 김치 한쪽이 엄마의 식사였다. 늦은 밤 10시가 되면 식당 문을 닫고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되는 마산 집으로 오면 곧바로 누워 기절하듯 잠을 잤다.

제대로 쉬는 날이 없이 엄마는 늘 바삐 사셨다.

어릴 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엄마는 원래 그런 존재인 줄 알았다. 늘 희생하고, 늘 뒤로 물러서고,

늘 참고 견디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였는데

쉬고 싶고, 놀러 가고 싶어도 아무것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엄마는 먹고살기에 바빴다. 누굴 위해서? 엄마 아빠는 자식들 먹여 살리는 게 제일 급했다. 그러니 엄마의 살림은 이쁜 것 좋은 것보다 편한 그릇과 깨지지 않는 그릇이 더 편했다.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니... 참 일찍도 알았구나

엄마 미안해요.

엄마가 천국으로 간 후 아빠는 엄마가 쓰던 물건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쓰셨다.

나는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며 한참을 울기도 했다. 화장대 없이 서랍 속에 넣어둔 화장품들을

보며 울었고, 립스틱은 작은 붓으로 아끼며 쓰니 가운데가 패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똑딱이는 시계는 야속하게도 왜 자꾸 가는 건지. 모든 것이 눈물 버튼이었다. 있을 때 잘해드릴걸 하며 오랜 시간 엄마를 그리워했다.


60살

엄마는 육 십의 생일을 맞고 천국으로 갔다.

그때의 육 십은 내게 너무 먼 나이었고, 할머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내가 쉰여덟이 되고

보니 육십은 여전히 아름다운 활동을 하는 나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해야 할 것도 많다. 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쓰지 못한 그릇처럼

사놓고 걸어둔 비싼 옷처럼 나중에 쓰고 나중에 입어야지 하며 무심히 걸어둔 것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엄마의 육십은 아까운 나이었다. 얼마나 속상했을까 얼마나 화가 났을까. 자신이 암이란 걸 알았을 때

엄마는 입을 닫았었다. 열심히 살아온 육십 년 인생이 힘들었을 엄마가 이제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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