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인생 -1

엄마의 그릇

by 도르가

언젠가 쓸 거야

엄마가 돌아가신지 24년이 되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4년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엄마는 내 마음속에 항상 계신다. 오늘 아침 설거지를 하다 싱크대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이 그랬다. 엄마가 사두었던 커피잔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식당을 했다. 엄마, 아빠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도록 일을 하셨다.

집과 가게가 함께 있어서 늘 늦은 시간까지 우리 집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집은 잠을 자는 공간에 가까웠다. 엄마에게 살림은 생각할 수 없는 사치품과도 같았다. 하루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미 넘치는 삶이었다.


우리는 가게를 몇 번 옮기며 식당을 했었다. 창원으로 옮긴 식당 1층에는 보세점이 있었다. 외국 물건들이

진열돼 있고, 예쁜 그릇들을 파는 가게였다. 엄마는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그곳에서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그곳에서 사 온 그릇들이 있었지만 엄마는 한 번도 사 온 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먹은 일이 없었다.

엄마의 그릇은 장식품으로 보기만 하는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엄마의 살림은 장식품이 되어 수십 년을 잠자고 있었다. 몇 해 전 아버지를 모시면서 마산 집을

정리할 때 몇 개의 접시와 커피잔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기물이 되었다. 엄마의 남겨진 물건 중

코렐 접시와 노란색 커피잔은 늘 나와 함께 있다. 당시 꽤 비싼 그릇이라 아까워서 못썼을까?

어휴, 좀 마르고 닳도록 써보지 왜 그리 아끼셨을까 하는 원망이 올라온다.

지금 나는 그 접시를 매일 쓴다. 엄마 대신. 엄마는 살림을 안 한 게 아니라 사람을 할 시간이 없었다.

예쁜 그릇을 사두 고도 그림처럼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여자였다.

엄마이기 이전에, 분명 여자였던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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