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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힘들게 번 돈으로 여행을 떠날까?

내가 자꾸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

by 윽윽







나는 왜 자꾸 힘들게 번 돈으로 여행을 떠날까?



바쁜 일상에서 잠시라도 멀리 도망치려고? 아니, 그냥 탱자탱자 놀고만 싶어서?


혹은 '나 이번에 000 갔다 왔잖아~' 하고 말해야 하는 허영심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더 큰 세상을 통해 견문을 넓히려고?


아니다, 지금껏 잊고 살던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진정한 내 삶의 방향을 찾으려고?




앞에서 말한 이유가 단 한 번도, 단 1g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자꾸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분명 아니다.



나에게 '여행'은 낯선 것으로부터 오는 불편함과 알 수 없는 것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의 역치를 높이는 행위다.

참고로 불편함과 두려움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피하고 싶은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과 날씨, 잠자리, 샤워공간, 먹거리, 이동수단, 사람, 언어, 화폐 등 모든 것이 낯선 그 환경에서 나는 좀 예민해지고 흥분하면서 불안해하고 설레어한다.



불안과 강박이 있는 나는, 그 때문에 mbti j 성향이 거의 100%에 가까운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아주 큰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 사이에서 문득 느끼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 평화로움 그리고 아름다움이 그 불편함과 두려움을 비워내고, 그다음번에 다시 나에게 찾아올 올 불편함과 두려움에 대한 역치를 높여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계획할 수 없는 시간에서 나는 일탈의 즐거움과 일상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결국 어디에서도, 언제라도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난 언제든 훌훌 떠나 설레는 막막함을 즐기고, 돌아와서는 일상의 안온함을 지긋지긋해하면서

사는 내내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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