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06

당신을 만질수록 사라지는 것

by 괜찮은


어둠 속에서 향기가 느껴진다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하지만

그 향기가 마음에 든다


물에서 태어나 이곳이 처음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그런 내게 처음 손 내민 건 당신이었다

차갑게 젖은 손에 놀라긴 했지만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이 싫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많은 사람들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작은 손 큰 손 더러운 손


처음에는 이해 가지 않았다

당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내게 손 내미는 이유를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된 건

한쪽 어깨가 사라질 때쯤이었다

더러움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존재


어깨를 잃은 후부터 당신과의 만남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탄만 하기엔 내가 너무

무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익숙해진 요즘은 보람도 느낀다

그렇게 매일매일 내 소임에 열중하다 보니

부쩍 몸은 작아지고 주름은 늘었다


당신이 찾아왔다

내민 손을 오므려 조심스레 나를 잡아 올리는데

당신 모습이 흐릿했다


더 이상 당신을 위해 해줄 게 없는데

당신은 젖은 손으로 가만히 가만히 나를 어루만진다

거품이 된 나는 오롯이 당신과 하나가 되었다


차가운 물이 나를

익숙한 어둠으로 내려 보낸다

그곳에 고향이 있다





아래에 거품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내가 있습니다




















나는 '비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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