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순간 가장 향기로운 것
ISFJ
내 MBTI다.
아시다시피 내성적이다.
남 앞에 나서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나서는 건 고사하고 그저
존재감 없는 그림자가 되고 싶다.
나는 모두가 잠든 새벽, 서늘한 주방에 앉아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멍하니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달빛이 도둑처럼 들어와 내 볼을 비추면
유리에 비친 얼굴이 주황으로 빛난다.
사람들은 내 성격이 의외라고 한다.
딴엔 조금 화려한 감이 있다.
게다가 타고난 향이 있어
어딜 가나 그 향을 쫓는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그럭저럭 존재감을 숨겨오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였다.
쌓아둔 책 뒤로 얼굴을 묻고 앉아 있던 나는
갑자기, 어떤 힘에 의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퍽!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다!
다만 쏟아질 시선이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허공을 향해 코를 세우고 연신 숨을 들이마신다.
그들의 시선이 멈춘 곳
떨어진 책 사이로 주황 꽃이 피었다.
나는 처음으로 큰 숨을 들이마셨다.
달큰하고 거대한 향이 온 몸을 아려왔다.
아래에 숨고 싶었지만 향기가 먼저 나를 말해온 내가 있습니다.
나는 '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