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07

상처받는 순간 가장 향기로운 것

by 괜찮은


ISFJ

내 MBTI다.


아시다시피 내성적이다.

남 앞에 나서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나서는 건 고사하고 그저

존재감 없는 그림자가 되고 싶다.


나는 모두가 잠든 새벽, 서늘한 주방에 앉아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멍하니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달빛이 도둑처럼 들어와 내 볼을 비추면

유리에 비친 얼굴이 주황으로 빛난다.


사람들은 내 성격이 의외라고 한다.

딴엔 조금 화려한 감이 있다.

게다가 타고난 향이 있어

어딜 가나 그 향을 쫓는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그럭저럭 존재감을 숨겨오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였다.

쌓아둔 책 뒤로 얼굴을 묻고 앉아 있던 나는

갑자기, 어떤 힘에 의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퍽!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다!

다만 쏟아질 시선이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허공을 향해 코를 세우고 연신 숨을 들이마신다.


그들의 시선이 멈춘 곳

떨어진 책 사이로 주황 꽃이 피었다.


나는 처음으로 큰 숨을 들이마셨다.

달큰하고 거대한 향이 온 몸을 아려왔다.






아래에 숨고 싶었지만 향기가 먼저 나를 말해온 내가 있습니다.




















나는 '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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