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뒤를 봐주는 것
사람들은 더러 날 보고 노안이라 말합니다.
세상에 나온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풍채 때문에
그리들 느끼는 모양인데,
나는 그저 어이가 없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중입니다.
우리가 만날 때
당신은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요상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혼자 애써 보다가 결국
내 존재를 깨닫고 손을 내밀 때의
그 간절함이란.
나는 당신의 그 표정이 참 좋습니다.
그만큼 내가 절실하다는 뜻일 테니까요.
예전에는 우리의 만남을
더 극적으로 만들고 싶어
은폐와 엄폐를 시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꼭꼭 숨어버린 탓에,
하얗고 매끈한 몸매로 당신을 유혹하는
‘눈금이’와 함께하는 당신을 본 후로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제는 적당히 눈에 띄는 곳에 자리 잡고
당신이 그 요상한 표정을 짓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날 이후
내게 눈금이는
‘요망한 것’이라 불리게 되었죠.
우리 가문은 예로부터
대쪽 같은 성품으로
희생과 봉사 정신이 투철했습니다.
지금 내가 당신을 위해 하는 일도
그런 가문의 내력 때문입니다.
나의 주된 역할은
당신 혼자서는 끝내 닿지 못하는 곳에
닿아주는 것입니다.
이때 전해지는 당신의 희열이
나의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느껴질 때면,
나 또한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시대가 변해
반짝반짝 빛이 나고
꼴사납게 몸을 놀리는 친구들도
눈에 띄지만,
‘오리지널’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종 소파 밑에 들어간 양말을 구조하고
선반 위 먼지를 처리하기도 하지만,
역시 당신의 뒤를
든든히 봐주는 것이
나의 본업이자 보람이며
삶의 의미입니다.
시간은 지치지도 않고 흐릅니다.
당신의 등에
나의 손길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나에게는
작은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적당히 날 선 행운이 세 개인 친구와 더불어,
당신의 고운 말년을
끝까지 함께하는 것입니다.
당신만 허락한다면 말이죠.
아래에 당신의 가장 가려운 고민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가 있습니다.
나는 '효자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