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13-1

바람에 혼자 흔들리는 것

by 괜찮은
이 이야기는 [오늘의 사물 13: 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은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함구(緘口)는 튕기 듯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빙그르 돌며 내 눈앞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마주친 그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고

굵은 빗방울이 우리를 두들겨댔다.

급하게 비를 피해 자리를 뜰 때 함구는

나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 간절함이 천둥소리를 뚫고 외침처럼 전해졌다.


그 젖은 눈빛은 무엇이었을까?

함구의 애절한 눈빛은 젖은 몸이 마르듯

천천히 기억에서 말라갔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

햇살에서 연두색 향이 난다.

자리를 잡고 발목을 접는데 불현듯

바닥으로 추락하던 함구의 눈빛이 떠올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함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젠 진짜 짧은 인사도 들을 수 없는 거야?'

'어떻게 그동안 그 눈빛을 잊고 있었지?'

당황스러움이 공허함으로 밀려왔다.


천천히 두 팔을 오므려 다가오던 모습

나지막이 '조금 아플 수도 있다'라고 말하던 음성

조심스레 날 고정해 주던 다정함

그리고 헤어질 때마다 선명하게 남아있던

함구의 흔적


어쩌면 깊은 압인(押印)은 말로 다하지 못한

함구다운 고백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그 흔적을

마음의 표식으로 받아들였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먼저 말할 것을

말할 수 없는 그를 대신해 내 마음 보일 것을

차가운 내게 처음 입 맞출 때부터 좋아했다고


연두색 바람이 불어와 발목을 간질인다.

탈색된 나는 풍경 속 섬이 된다.

제멋대로 부는 바람이 나를 휘적거린다.

함구한 나 잡아줄 이 없다.




아래에 연두색 바람 속 잡아줄 이 없어 혼자 흔들리는 내가 있습니다.




















나는 '양말(한쪽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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