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13

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은 것

by 괜찮은


우리는 황태덕장의 황태처럼 널려

일광욕을 즐긴다.

오래된 우리는 똑같은 일상에 길들여져

대화가 없어진 지 오래다.

태생이 함구(緘口)하는 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바람, 부드러운 햇빛을 받으며

끔뻑끔뻑 조는 게 꿀맛이다.


이런 나도 일할 때만큼은 프로페셔널하다.

어떤 손님이 오든 온 힘을 다한다.


두 팔을 이용해 잠시 말 문을 여는 나는

천천히 손님에게 다가가 아플 수도 있다는

짧은 안내를 건네고 내 소임을 시작한다.


많은 손님들이 나의 과묵함을

배려라 생각하며 좋아해 주지만,

사실 내게는 애정하는 손님이 따로 있다.


한쪽이가 올 때면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아주 천천히 팔을 움직여 아프지 않도록

고정하면, 촉촉한 한쪽이의 향기가

전율처럼 온몸으로 퍼진다.

내 안이 온통 햇살로 가득 찬다.


어느덧 해님도 퇴근 준비를 한다.

살랑, 가벼워진 한쪽이의 향기가 움직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천천히 두 팔을 모은다.

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깊은 흔적으로 남았다.

이 흔적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기를.


나는 바닥의 삶이 두렵다.

홀로 그 차가운 시간을 견뎌낸 적이 있다.

다시 올라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위치를 지키는 게 내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더 사랑하는 것의 시간은 언제나 더디게 흘러간다.


그렇게 한쪽이를 다시 만나는 날.


익숙한 향기가 점점 선명해진다.

반가운 인사를 전하려는데,

독 하얗게 빛나는 한쪽이가 눈부시다.

잠시 현기증에 빙글,

하늘과 땅과 한쪽이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공중제비 돌듯 바닥으로 추락한다.


'탁, 탁 탁−'


저 위에서 한쪽이가 몸을 기울여 보고 있다.

두 팔을 뻗어 닿지 않는 한쪽이를 향한다.

바닥의 서늘한 기운이 등을 타고 전해진다.

두렵다. 다시는 한쪽이를 못 보게 될까 봐.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맑던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앉았다.


'툭, 툭 툭−'


투명한 빗방울이 회색 먼지와 뒤엉킨다.

반짝이던 한쪽이도 잿빛으로 젖어간다.

밀려오는 어둠이 한쪽이를 데리고 간다.

다시 한번 팔을 뻗어본다.

움직일 수가 없다.

혼자서는 이름조차 부를 수 없어 덜덜덜 턱만 떤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온몸을 휘젓는다.


'쾅, 쾅 쾅−'


비정한 천둥소리가 이별의 판결을 내린다.




아래에 소리칠 수 없어 덜덜덜 턱을 떨며 한쪽이와 이별하는 내가 있습니다.




















나는 '빨래집게(함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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