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은 것
우리는 황태덕장의 황태처럼 널려
일광욕을 즐긴다.
오래된 우리는 똑같은 일상에 길들여져
대화가 없어진 지 오래다.
태생이 함구(緘口)하는 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바람, 부드러운 햇빛을 받으며
끔뻑끔뻑 조는 게 꿀맛이다.
이런 나도 일할 때만큼은 프로페셔널하다.
어떤 손님이 오든 온 힘을 다한다.
두 팔을 이용해 잠시 말 문을 여는 나는
천천히 손님에게 다가가 아플 수도 있다는
짧은 안내를 건네고 내 소임을 시작한다.
많은 손님들이 나의 과묵함을
배려라 생각하며 좋아해 주지만,
사실 내게는 애정하는 손님이 따로 있다.
한쪽이가 올 때면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아주 천천히 팔을 움직여 아프지 않도록
고정하면, 촉촉한 한쪽이의 향기가
전율처럼 온몸으로 퍼진다.
내 안이 온통 햇살로 가득 찬다.
어느덧 해님도 퇴근 준비를 한다.
살랑, 가벼워진 한쪽이의 향기가 움직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천천히 두 팔을 모은다.
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깊은 흔적으로 남았다.
이 흔적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기를.
나는 바닥의 삶이 두렵다.
홀로 그 차가운 시간을 견뎌낸 적이 있다.
다시 올라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위치를 지키는 게 내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더 사랑하는 것의 시간은 언제나 더디게 흘러간다.
그렇게 한쪽이를 다시 만나는 날.
익숙한 향기가 점점 선명해진다.
반가운 인사를 전하려는데,
유독 하얗게 빛나는 한쪽이가 눈부시다.
잠시 현기증에 빙글,
하늘과 땅과 한쪽이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공중제비 돌듯 바닥으로 추락한다.
'탁, 탁 탁−'
저 위에서 한쪽이가 몸을 기울여 보고 있다.
두 팔을 뻗어 닿지 않는 한쪽이를 향한다.
바닥의 서늘한 기운이 등을 타고 전해진다.
두렵다. 다시는 한쪽이를 못 보게 될까 봐.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맑던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앉았다.
'툭, 툭 툭−'
투명한 빗방울이 회색 먼지와 뒤엉킨다.
반짝이던 한쪽이도 잿빛으로 젖어간다.
밀려오는 어둠이 한쪽이를 데리고 간다.
다시 한번 팔을 뻗어본다.
움직일 수가 없다.
혼자서는 이름조차 부를 수 없어 덜덜덜 턱만 떤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온몸을 휘젓는다.
'쾅, 쾅 쾅−'
비정한 천둥소리가 이별의 판결을 내린다.
아래에 소리칠 수 없어 덜덜덜 턱을 떨며 한쪽이와 이별하는 내가 있습니다.
나는 '빨래집게(함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