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17

5kg을 받아내는 것

by 괜찮은


어두운 방 안

척, 척, 척

초침 소리가 공간을 짓밟는다.

뒤통수, 왼쪽귀, 오른쪽귀, 뒤통수, 왼쪽귀, 오른쪽귀, 뒤통수...

식은땀으로 짓이겨진다.

이 밤 나는 5kg의 중력을 받아낸다.


알람이 꺼지고

뒤통수가 천천히 멀어진다.

5, 4, 3... 0kg

돌아본 그의 눈이 움푹하다.


어두운 방 안

착, 착, 착

초침 소리가 공기를 순환한다.

납작한 뒤통수를 통해

하나, 두울, 세엣, 하나, 두울, 세엣, 하나...

고른 숨이 전해진다.

이 밤 나는 5kg의 중력을 받아낸다.


오른쪽 귀를 묻은 그의 시선이 휴대전화의 텍스트를 따른다.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고 발을 구른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나를 쓰다듬는다.

똑바로 자리 잡은 뒤통수가 뽀송하다.




아래 당신이 쓰다듬고 나서야 눈을 감는 내가 있습니다.




















나는 '베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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