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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Feb 16. 2024

윗집이 이사 가는 날

잘 가요, 그리고 반가워요!

'끼익 끼익.. 쾅쾅..'

휴가날 아침,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 적지 않은 소음이 들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에 나와 창밖을 보니 이삿짐이 사다리차를 통해 내려가고 있었다.

'누군가 이사를 가는 건가?'

자세히 보니 사다리가 설치된 곳이 바로 위층이었다.

'위층이 이사를 간다!'

'드디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크다.

그 이유는 우리와 썩 유쾌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피아노 연주 소리다.

연주곡은 주로 애니메이션의 OST나 걸그룹 노래였다.

위층 가족 중에 딸아이가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4~5학년정도 되어 보였다.

우리도 초등학생 아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로 인한 소음은 당연히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같은 노래를 여러 날에 걸쳐 계속해서 듣다 보니 은근 신경이 쓰였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들려왔지만 그래도 저녁 8시 전에는 끝나기에 참을만했다.




문제는 두 번째 소음이다.

그것은 매일밤 11시쯤부터 들려오는 소리다.

가구를 끄는 듯한 소리, 뛰는 듯한 발소리, 문을 쾅 닿는 소리, 고함 등 다양했다.

나는 평소 10시 30분쯤에 잠자리에 드는데 매번 들려오는 이런 큰 소리들을 참기 힘들었다.

처음 이사 오고 한 달 정도 참았다가 너무 힘들어서 한밤중에 관리실에 연락을 했다.

경비 아저씨가 와서 위층에 이야기를 대신해 주셨고 당분간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것으로 일단락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정도 지난 후, 밤 11시의 소음은 다시 시작되었다.

'도대체 늦은 밤에 무엇을 하는 걸까?'

혼자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 내린 결론은 그냥 참자였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쿵쾅 소리가 나면 자연스레 '또 시작이구나'라며 포기를 했다.

너무 힘들 때 자다가 귀마개를 끼운 적도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소음에 시달렸었기에 이사를 가는 모습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좋다고만 할 수가 있을까

오전에 이삿짐들이 모두 나가고 오후부터 다시 이삿짐들이 들어왔다.

새로운 가족들이 이사를 온다.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 집 바로 위층이라 더욱 궁금하고 관심이 많아진다.

오래된 집이라 층간 소음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잘 시간만큼은 층간소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출처 : pixabay



층간 소음은 아파트나 빌라 등의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그동안 건축법상 별도 규정이 없어 잘 못 지어진 문제가 가장 크다.

이로 인해 우리도 층간 소음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당장 건물을 부셔 층간소음 없이 견고하게 집을 다시 지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불편하지만 소음발생에 주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생활 소음에 불편함이 있다면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이웃주민 간의 충분한 배려가 있다면 문제로 발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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