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앙!"
"쾅"
저녁 8시 30분. 두 소리가 스쳤다.
주차한 차를 후진하고 있었다. 사이드미러로 대각선에서 후진하는 차량이 보인다. 나도 좀 더 후진해야 했기에 그 차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후진하던 속도가 빨라진다. "어, 이게 아닌데." 바로 경적을 울렸을 땐 늦었다. 굉음이 울리고 정적. 두 대의 차 문이 동시에 열렸다. 발 한쪽이 땅에 닿으려는 순간, 반대편 차주 목소리가 들렸다.
"후진하고 있는데, 후진하면 어떡해요."
"제가 먼저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쪽에서 멈추실 줄 알고 기다렸는데, 계속 후진하실 줄 몰랐어요."
그날 사고 난 차량은 남편의 업무용 차인 모닝이다. 골목길 운전과 주차가 편해서 어디든 잘 타고 다니는 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크게 울렸던 소리와 달리 상대방 차는 멀쩡했다. 모닝 후방 라이트만 안으로 들어갔다.
몇 동 몇 호에 사냐는 질문에 000동 000호에 산다고 했다. 그 집 남편이랑 인사한 적이 있다는 말을 하는 거 같은데, 남편이 나타났다. 다친데 없냐는 말에, 괜찮다고 했다.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한 달 전, 철학관에 갔었다. 정확히는 철학관도 아니고, 점집도 아닌. 부적을 권하지는 않지만,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것을 알아내서' 널리 알려진 곳. 1년 반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의자에 앉자마자 종이와 펜을 준다. 지금 말하는 걸 다 메모하랬다. "음력 9월과 11월에 사고가 있다. 접촉사고 같은 거다. 조심해라."
오늘은 음력 7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게 아니면, 몇 달 뒤에 또 난다는 건가.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내가 왜 운전대를 잡았는지 생각났다. 회를 사러 나온 거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먹으러 나왔는데. 차는 부딪혔지만, 몸은 멀쩡하니 먹기로 한 건 먹어야지.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를, 땀 덜 흘리고 빨리 먹겠다며 나섰다가 이게 뭔 일인가. 그래도 먹기로 했으니 먹어야지. 네 발통 대신 두 다리로 걷자며, 회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