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던 시절, 남편이 말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고.
큰 웃음으로 반응했던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다는 걸 해가 바뀌며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엄마들 사이에서 미라클 모닝이라는 유행이 빠르게 번졌다. 불안이 옮던 시간에, 새벽 기상은 서로를 살려주는 신호탄이었다. ‘모닝 짹짹이’라는 이름으로 새벽을 인증하고, 서로를 깨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미루다, 나도 그 흐름에 합류했다. 6개월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여태 살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삶을 살았다. 목적 없는 오전 기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새벽 다섯 시, 식탁 위 조명만 켰다. 그 빛을 벗어난 공간은 전부 검은색이었다. 딱풀처럼 붙은 눈꺼풀을 천천히 가르며 노트에 할 일을 적었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하루의 시작을 정돈했다. 그렇게 6개월을 살았다. 오전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그해, 미루고 미뤄둔 수영을 시작했다. 6시 10분 수업이었다. 레인은 다섯 개였다. 초급·중급·연수반 세 반으로 운영됐다. 몇 달 뒤 초급반이 사라졌다. 그만두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초급이 중급이 되고, 중급이 연수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중급반 세 레인, 연수반 두 레인으로 굴러갔다. 내가 모르고 살던 곳에는, 조용히 자기 생활을 붙잡고 사는 사람이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기세로 시작한 운동을 3년째 이어가던 작년 6월, 발가락을 다쳤다. 수술을 했고 수영을 멈췄다. 처음엔 수영장을 가지 않는 오전이 낯설었다. 중요한 일을 건너뛴 것 같았고, 하루가 헛헛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한 달 뒤면 다시 가겠지, 두 달 뒤면 다시 가겠지 하다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어느 순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늦게 일어나는 오전에 적응해 가면서, 오히려 그때의 내가 어떻게 그런 오전을 살았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현재 나는 수요일 6시 반, 금요일 5시 반을 제외하면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루를 대충 쓰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 다니느라 늦게 들어오는 덕분에 낮 시간이 많아졌다. 낮에는 주로 공방에 있다. 거기서 강의 준비를 하고, 책을 읽고, 해야 할 일을 한다. 불필요한 사모임을 줄이고 나와 내 일에 집중한 것도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오전 기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몸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혈압이라 원래 아침잠이 많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피로도가 높아졌다. 조금만 무리하면 금세 지치고, 8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날이 있다. 다시 아침형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할 건 없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헬스조선(2022년 3월 15일)은 서울아산병원 수면 전문의 인터뷰를 인용해, 미라클 모닝이 체질에 맞지 않을 수 있고 무리하면 수면 리듬이 깨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다는 걸 보며, 지금 패턴을 유지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건 새벽 수영장 풍경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때는 그만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초급반이 사라질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만두는 회원도 생겼다. 전원 출석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번도 없었다. 늘 누군가는 빠졌다. 사람은 그렇게, 빠지기도 하면서 이어가는 쪽에 더 가깝다. 그래서 나는 ‘몇 시에 일어나는가’보다 ‘내가 무너지지 않는 리듬인가’를 더 중요하게 두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겠지만, 피곤할 수도 있다. 2026년의 나는 벌레 대신 건강을 잡는 하루를 선택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