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멜로디

첫 번째 노래

by 소믈리연

사람들마다 호감을 느끼는 기준이 있다.

성격이 비슷하거나, 취미가 비슷하거나, 대화가 잘 통한다거나. 공통점이 많을수록 물리적, 심리적 간극마저 좁혀진다. 나는 유독, 좋아하는 음악이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그렇다.


1982년생인 나는, 소위 말하는 오디오와 비디오 세대다. 10대 시절. 티브이는 안방에 있었으며, 나오는 채널이라고는 MBC, KBS가 전부였다. 그마저 낮동안은 아무 방송도 송출되지 않았다. 저녁에는 아빠가 보고 싶은 뉴스나 드라마를 봐야 하니, 채널 선택권조차 없었다

대신,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언니랑 2층 침대에서 지냈다. 번갈아가며 1,2층을 사용했고 위치를 옮길 때마다 작은 라디오도 이동했다.

매일 밤에 방송되는 <박소현의 FM데이트>,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프로그램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다음날이면, 쉬는 시간에 모여 전 날 나왔던 게스트들의 대화와 노래를 공유하느라 부산스러왔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는 다른 방송을 들었다.

그룹 '푸른 하늘'과 '화이트'의 리더인 유영석이 진행하는 <FM인기가요>를 몇 년 동안 매일같이 들었다. 1960년대 생인 유영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대학생언니 오빠들이 들을 법한 노래가 많이 나왔다. 오태호, 이승환, 이 둘이 함께하는 이오공감, 015B, 토이, 유재하, 김현식 등 앞서 간 노래가 주로나왔다. REF, 솔리드, 터보 노래가 지천에 흘러나올 때 나만 다른 세상의 노래를 들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어느 날. 유영석 대신 다른 DJ가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 방송을 듣던 날,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몇 년을 끼고 살았던 라디오. 공테이프를 넣고, 어떤 노래가 나올지도 모르면서 두 개의 버튼을 눌러 녹음하며 테이프를 쌓아갔었는데. 허탈한 마음은 녹음해 둔 노래를 들으며 달랬고, 친구들처럼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시류에 편승했다.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음악'은 늘 아쉬웠다.노래방에 가면 표면적으로는 너도나도 아는 노래를 부르다가도, 센취해 나만 아는 노래를 틀면 비슷한 반응이 돌아온다. 제목은 뭔지, 왜 이런 노래를 부르는지, 어떻게 아는지 등. 라디오를 끼고 살았거나, 나이차이가 있는 배우자랑 산다거나, 언니오빠가 있는 친구들은 한 번쯤 들어봤다고는 하지만, 눈치껏 중간에 끄게 된다.

그래서일까, 내가 아는 노래에 반응하는 사람을 만나면 괜스레 반갑다. 다른 이야기보따리도 풀 수 있을 거 같다. 상대를 향한 벽도 허물어지고, 낯가림도 사라진다.

어떤 장소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행동이 둔해진다. 노래에 집중하다 보면 멈추게 된다.

노래를 듣는데, 기억이 떠오른다. 언제쯤 들었으며, 그때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누구와 있었는지. 음악과 추억에 젖다 보면, 노래는 진작 끝났고 여운은 발끝까지 내려와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이왕이면 나와 교집합이 형성되는 이들을 만나면 좋겠다. 음악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지금 시각은 5시 48분. 2분 뒤면 운동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설 예정이다. 여느 때처럼 라디오를 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할 테지.

오늘도 추억을 소환하는 한 곡이 나왔으면. 돌아오는 길에 리스트를 찾아 듣고, 집에 와서 또 들으면서 그때 그 시절 멜로디와 추억에 머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가사: <오태호-기억속의 멜로디>

기억속의 멜로디 나를 깨우고 가

너의 미소도 못 잊을 이름도

너의 그늘을 떠난 후에 너의 의밀 알았지

눈이 슬픈 너를 울리고 이제 나도 울고

내겐 많은 시간이 흘러

널 잊은듯 했는데

너와 자주 들었던 노래가

그때 추억을 깨우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떠나버려도 너만은

나를 찾아 돌아 올 고마웠던 사람

그런 착한 너에게

시린 상처만 주고 이제와

뒤늦게 후회하는 나를 용서해

어디에 있든지 누구와 있든지

내가 그립지 않을 수 있도록

행복하길 행복하길

어느 누구보다

내 슬픈 바램을 들어줘

간주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떠나버려도 너만은

나를 찾아 돌아올 고마웠던 사람

그런 착한 너에게

시린 상처만주고 이제와

뒤늦게 후회하는 나를 용서해

어디에 있든지

누구와 있든지

아픈 추억에 마음이 베이지 않도록

행복하길 행복하길

어느 누구보다

내 슬픈 바램을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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