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노래
10/12일 오늘 일과
08:00 기상. 남편과 두 아이는 준비완료. 약 먹고 다시 누움.
11:30 두 번째 기상. 바나나 한 조각 먹고, 약 먹음. 유튜브에 스트레칭 영상을 보며 15분간 운동.
12:00 양치만 하고 어두운 색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림. 운동가방 들고 골프연습장으로 출발.
12:20 레슨 시작.
13:20 사우나에서 씻고, 둘째 아이 학원으로 이동
13:50 학원비 결제 카드 전해주고 오는 길에 빽다방에서 아. 샷. 추 한잔 사 옴
14:05 세탁이 끝난 옷감을 건조기로 옮기고, 수건 세탁 설정.
오늘 분량 독서를 마치고, 카드 뉴스 및 본. 깨. 적 양식에 맞춘 서평작성
15:00 인증사진 올리고, 바나나 먹음. 집 안 정리 후 다시 식탁에 앉음.
15:20 브런치에 올릴 소재를 생각하고자 브레인스토밍. 오늘 읽은 책에서 힌트를 얻어 연필로 끄적임
15:30 노트북을 열어 브런치에 로그인 후 글쓰기 시작
미라클 모닝을 한다지만 어제와 오늘은 완벽한 실패다.
10월 8일 일요일, 남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동서가 대만사람이라, 동서 가족들 7명이 4일 수요일, 미리 한국에 왔다. 3박 4일간의 서울 관광을 마치고 7일 오전, 대구에 도착했다. 그들이 호텔에 짐을 갖다 놓고 움직일 동안 남편과 나는 각자 차를 운전해서 아이들과 한복대여점으로 왔다. 엄마, 언니, 나, 동서는 한 달 전에 한복집에 미리 방문했었다. 우리 외에도 결혼식날 한복을 입을 사람의 사진과 신체사이즈 정보를 주며, 맞는 한복 몇 벌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해 뒀었다. 토요일 오후 1시. 사장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한복을 추천해 주었고, 입어보았다. 마음에 들어 했다. 다들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우리랑 언니가족만 남았다. 딩크족인 언니는 영국인인 형부 한복을 고를 차례다. 언니한복 치마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르고 이내 나갔다. 그리고 남은 우리 가족. 나는 한 달 전에 정해둔 터라, 남편과 아이들은 나와 결이 맞는 디자인을 골랐다. 총 열 두벌의 한복을 내 차에 싣는 동안,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서 웨딩케이크를 픽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었다. 아이 학원으로 가는 와중에 생각났다. 1시 30분에 픽업한다고 하고선 3시가 지나 도착했다. 케이크를 집에 갖다 놓고, 차에 실린 열 두벌의 한복이 구겨지지 않게 꺼내 옷걸이에 걸었다. 속치마가 들어있는 여덟 개의 가방은 아이들 방에 줄지은 후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결혼 후 몇 년 만에 대구에 왔는데 밤 10시쯤 볼 수 있냐고. 내일 남동생 결혼식이라 하니, 저녁 9시에는 나오겠다 했다. 결혼식장에서 한복을 갈아입을 엄마와 신랑 신부를 위해, 친정에 그들의 한복을 가져다주고 친구가 기다리는 카페로 갔다. 한 시간 정도만 있다가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과 거실 청소를 했다. 어느덧 자정이 지났다.
결혼식 당일 오전 5시 반. 어른 7명이 동시에 메이크업을 받을 수 없어서, 시간 별로 인원을 나눴다. 샵에서 가까운 거리에 사는 엄마가 첫 번째로 가기로 했는데, 일요일 새벽이라 그런지 택시가 안 잡혔다. 콜택시도 카카오 택시도 무응답이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잡았으나 잠이 달아났다. 일어난 김에 씻었다. 그 사이 전화가 여러 번 왔나 보다. 메이크업 시간을 보내준 직원이 시간 안내 실수를 했다. 8시 30분까지 오라더니 7시부터 와야 한단다. 머리도 못 말리고 출발했다. 호텔에서 자고 있던 일행들도 비상이다. 정신없이 모였다. 무사히 마무리하고, 우리 집으로 돌아와 한복을 갈아입고 김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오후 1시, 드디어 전통혼례가 시작되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저녁에는 동서가족이 머무는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들만 있을 수 있는 작은 룸에서 대화 대신 손짓 발짓을 해가며 소통했다. 티아라가 있는 2단 케이크를 자르고, 와인으로 축배를 들며 한 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즐겼다. 집에 오니 저녁 10시. 얼른 마무리하고 각자 침대 위로 쓰러졌다.
10월 9일 한글날. 손님들을 모시고 경주를 갔다. 내차, 언니 차 두 대로 나눠 이동했다. 황리단길은 관광객으로 넘쳤고,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도착해서 한 참을 돌았다. 그렇게 월요일도 손님맞이에 다 써버렸다.
10월 10일 화요일. 평소처럼 오전 수영을 하러 갔다. 일상을 찾는가 싶었는데 오후부터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굶지도 않았는데 위산 폭발이 느껴진다. 갈수록 쓰리기까지 하다. 몸에선 아픈 신호를 보내는데, 피곤함이 이겼다. 죽은 듯 잠들었다.
10월 11일 오전. 눈뜨자마자 위가 쓰라렸다. 장이 꼬인 듯 배도 아프다.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다. 오전에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데 첫 시간이라 빠지지도 못하겠다. 아픈 티 내지 않고 버텼다. 식은땀을 훔치고 나니 12시 반. 병원 점심시간이다. 자다가 앓다가 반복했다. 진통제 한 알 털어 넣고 병원에 갔다. 청진기를 대던 의사 선생님이 신경 쓰는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동생 결혼한다고 바쁘게 움직인 게 전부라니, 그게 원인인 것 같댔다. 긴장이 풀리면서 위와 장이 아프고 같다고. 약을 처방해 줄 테니 최대한 쉬어야 한댔다. 며칠 동안신경 쓴 건 맞지만, 체감이상의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다. 약을 먹으니 잠이 온다. 자꾸만 잠이 온다. 아이들 케어도 해야 하고, 할 일도 있는데. 약 기운을 빌려 밤 9시에 시작하는 글 쓰기 수업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오늘, 10월 12일. 오전 시간은 자는데 다 써버렸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20시간이 됐다. 버린듯한 시간이 아까워 재바르게 움직였더니, 루틴을 다 해버렸다. 그런데 그 시간을 버렸다고 여기니 씁쓸했다. 버린 게 아니라 회복을 위해 쓴 건데. 그렇게 생각하는 스스로 안쓰러웠다. 아파도 제대로 아프지 못하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넘어가지도 못한다. 집으로 오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잔치 치른다고 고생했지?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서 힘들었을 텐데, 군말 없이 잘해줘서 고맙다. 언니랑 너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고맙다."
쿡쿡 쑤시는 배의 신호를 무시한 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생에 한 번이니까, 누나로써 그 정도는 해야지라며 웃었다. 그렇게 대답하는 내가 순간, 우스웠다. '그래, 한 번이니까. 나 하나 희생하면 모든 게 순탄하지.'라며 합리화했다. 얼른 위와 장이 진정되어 원래의 패턴을 찾아갔으면 바랄 뿐이다.
가사: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리쌍>
날 사랑한다는 말 천 번을 넘게 내 맘
구석구석 빼곡히 써놓고 이제 와 나를
망부석 여인처럼 남겨둔 채 방 한구석 먼지처럼
나를 밀어둔 채 헤어지자 말하는 너의 뺨을
나도 모르게 때리고 내 발목을 잡는 땅을
억지로 뿌리치며 한참을 걸으며 다짐했어
다신 내 곁에 널 두지 않겠다고
여태 널 지키기 위해 했던 나의 노력
그 모든 걸 다 오려 저 달리는 차들 속으로 던지고
눈물 섞인 웃음을 짓고 어떻게든 너보다 잘 살 거라는 믿음
저 짙은 어둠 속에 새기며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며칠이나 지났을까 늦가을 쓸쓸한 거리처럼
물가에 홀로 앉은 낚시꾼처럼 외로움과 기다림에 지친
난 끝없는 줄담배에 기침을 하며
미친 듯이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애교 섞인 목소리에 꺾인 나뭇가지처럼 쓰러져
그녀의 품에 안기고 달콤한 꿈에 부풀어
영원히 나를 붙들어 매라며 농담을 하고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언제나 둘이기에
즐거운 분위기에 우린 항상 행복해했었지
그랬었지 하지만 이젠 그녀는 내 곁에 없지
난 또 외로움에 밤길을 걷지
그대 떠나보낸 내 가슴에
눈물이 차올라 날 흔들며 아프게 해
그대 떠나보낸 내 두 눈에
어둠이 다가와 또 난
너를 잊을래 난 너를 잊을래
아무리 외쳐봐도 그게 안돼
너를 아껴주지 못해 또 후회하네
너를 잊을래 난 너를 잊을래
아무리 외쳐봐도 그게 안돼
네가 웃던 기억 속에 또 미쳐가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너 없는 아픔에 모든 건 눈물을 흘리며 코를 푸네
남자답게 웃고 싶지만
매 순간 멍해지는 습관 고쳐지질 않고
남자답게 웃고 싶지만
남자답게 난 웃고 싶지만 밥 한 숟갈 떠 넣기가
이렇게 힘들 수가 날 위로하는 친구의 웃음도
내 눈엔 슬픈 구슬로 바뀌어
웃으려 웃어봐도 안 되는 난 먼 곳으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