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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Nov 20. 2023

출간과 출산, 출산과 출간

꿈이 있는 엄마의 7가지 페르소나



출간과 출산, 출산과 출간.

어떤 내용을 쓸까 보다, 둘 중 어떤 단어를 먼저 내세울까를 고민하며 오래 멈추는 건 나만 그런 걸까.

20개월 터울의 둘째를 출산하던 날. 유도 분만 주사를 맞은 후 산고가 찾아왔다.

10분, 9분, 8분 진통 간격이 줄어들수록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의 공포가 몰려왔다.

무통주사도 맞지 못한 채 꼬박 2박 3일 몸을 틀었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고통도 첫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잊었나 보다 했다. 둘째를 맞이하려니, 몸도 머리도 그날을 완벽하게 기억해 냈다. 무통주사를 달라고 애원했고, 담당 의사가 오는 대로 제왕절개를 해달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주사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로움이 찾아왔다. 파란 공기의 기운을 느끼며 잠든 동안, 세상 밖이 궁금했던 둘째는 빠른 속도로 내려와 내 품에 안겼다.




11월 16일. 두 번째 책을 내면서 다시금 깨달은 게 있다.

출간은 곧 출산이다. 두 가지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첫째 아이 임신 소식에는 나를 포함한 온 가족이 행복하다. 태어날 날짜를 대충 알면서도 하루하루 기다리기도 쉽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는지 궁금하고, 먹는 것도 다니는 것도 조심스럽고 궁금하다.

둘째 아이 임신 소식에는 첫째 임신보다 다양한 반응이 오간다. 성별이 같을지, 첫째도 아기인데 잘 키울 수 있을지. 막막하면서도, 괜히 첫째가 안쓰럽다. 둘 다 키우려니 예삿일이 아니지만, 둘째는 내리사랑이라고 뭘 해도 이쁘다.

두 번째 책을 출간하던 날, 둘째를 낳을 때의 느낌이 왔다. 첫 번째 책이 나올 때만큼 설렘이 덜하고, 가족 지인에게 덜 알렸다. 베스트보단 스테디셀러이길 바라고, 판매지수도 잘 체크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표지를 볼 때면 내리사랑처럼 그저 예쁘다. 


첫 번째 책은 두 아들을 키우는 육아 에세이였다면, 이번 책은 내가 어떻게  24시간을 보내는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독자와 함께 일어났고, 차를 마셨고, 책을 읽었고, 공부하고, 휴식을 가졌다. 엄마라는 역할 이외 사회활동을 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열거할 때는 독자와 함께 그 일터에 있는 것처럼 담았다. 오늘 30년 지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책은 완전 너다. 내가 아는 네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어. 정말 신기하다. 글에서 네가 보였어."

잘 썼다는 말보다, 누가 봐도 내 글이라는 말이 더 뭉클했다. 내가 의도한 바가 그대로 전해진 것 같아 집필하던 날들이 스치며 먹먹했다.

친구 말처럼 이번책에 온전히 나를 다 담으려 했다. 나의 하루가 담겨있고, 나의 생각이 담겨있고, 나의 목표가 담겨있다. 전대진 작가의 신작인 <<반드시 해낼 거라는 믿음>>에서, 작가는 말한다. 자기 계발서야말로, 누군가의 '인생 레시피 북'이라고. 평소에 주변인들과 대화할 때, 나를 소개할 때 언급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나의 롤 모델이기도 한 오드리 헵번이 떠오르는 표지 속에 담겨 나와서일까.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예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지만 티 내지 않으려 한다. 동생을 질투하는 첫째가 떠올라서가 아니라, 짧은 시간 애정을 쏟아부으면 금세 사그라질까 봐 겁난다.



16일은 내 생일이기도 했다.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출간하게 될 거란 말에, 이왕이면 생일 날로 맞춰달랬다. 출판사에서는 11월 15일을 고수했지만, 안되더라도 요청은 해보고 싶었다. 한 번의 거절 후 수락해 준 편집자 님과 대표님께 감사하다. 하루 차이긴 하지만, 저자의 뜻을 받아들여주신 덕분에 나만 아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으니까. 정말 힘들게 낳았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내 일상과 삶이 고스란히 담긴 만큼 정직한 글만 적으려 했다. 오타 하나도 허용할 수 없었다. 출판사와 퇴고를 진행하는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잤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어른들과 수험생들과 함께 스터디 카페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10년 만에 밤을 지새우며 낳아서 일까. 보기만 해도 예쁘다. 그간의 힘듦이 공중으로 분해됐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글이다. 몇 년이 지난 후, 이 글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르지만, 글에서만이라도 표현하고 싶다. 밀도 있는 산고의 끝에 낳은 둘째, 아니 두 번째 책이니까 듬뿍 애정을 표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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