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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Dec 05. 2023

mbti가 달라졌어요.


"MBTI가 어떻게 되세요?"

"ENFP요."

"아닌데. 아닌 것 같아요."

"정말이에요. 20년째 늘 같아요."

"언제 마지막으로 해보셨어요? 잘못된 거 같아요."




20대 중반에 프랑스에서 온 한국친구가 MBTI검사를 소개해줬다. 그때만 해도 흔하지 않았고, 비용이 들었다.  처음에 했을 때도 ENFP가 나왔다. 검사 결과를 말하지 않았음에도, 친구는 나의 성향을 짐작한듯했다.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 그런 줄 알고 살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만난 엄마들과 MBTI, DISC, 애니어그램과 같은 검사를 해본 적 있다. 세 가지 결과도 모두 비슷하게 나왔다. 사람의 본성, 성격, 성향은 바뀌지 않는 게 맞는구나 라며 넘겼다.

올해 초에도 MBTI와 DISC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낯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할 일이 몇 차례 있었다. 몇 마디 말을 건네본 적 있거나, 처음 본 사람들이 MBTI를 물어왔다. 왜냐고 하니, 요즘 MZ세대들은 이걸로 궁합을 확인하고 소개팅자리에 나간다며 우스갯 삼아 물었다.

ENFP라고 하니 갸우뚱했다. 아닌 거 같다며 S와 T의 특성이 보인 댔다.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들으니, 스스로도 미심쩍었다. 보름 전인가, 다시 체크해 보니 ESFP가 나왔다. N의 특징을 검색했다.

'현재에 집중한다. 오감을 믿는다. 실체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세부사항을 생각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직접 경험한 것을 선호한다.' 등이다. 정말 그랬다. 원래는 가능성, 직감, 추상적이고 새로운 걸 좋아하던 내가 바뀌었다.

처음 검사한 그때부터 20년이 지나도록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부터 변할 걸까. 긴 시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중 일부이기도 한, 내 하루가 변했다.




작년 10월부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며 하루를 계획하며 살았다. 매일 하는 여섯 가지 루틴을 정리하고, 시간체크하고, 완성여부를 지워가면서 '하루'라는 작은 그림을 그리고 채워나갔다.

그런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나를 바꿨다. 해야 할 일을 기록하고, 점검해 나가다 보니 계획적으로 살게 되었다. 계획적으로 살다 보니, 결과물이 나타났다. 올해만 해도 내 이름이 적힌 책이 네 권이나 나왔다. 24시간을 늘 빈틈없이 채워나갔다. 일할 땐 일하고, 육아할 땐 육아하고, 놀 땐 노는 경계도 뚜렷해졌다. 나의 경험을 중시하고, 과정을 존중하고, 결과물을 신뢰하기 시작하며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미지근하게 달라진 터라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변했다는 것을.

이전에는 ENFP의 성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내 안에 N과 S, F와 T가 49대 51의 비율로 공존하고 있다.

여러 방면을 골고루 갖춘 지금이 좋다. 5대 영양소 이외의 무기질 및 각종 비타민을 가지게 된 지금의 나를 지키려 오늘과 같은 일상을 내일도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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