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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Jan 19. 2024

부린이입니다만

2024년 1월 2일.

가족과 식탁 위에 앉아 각자의 목표를 담은 비전보드를 만들며, 여태 미루고, 미루고, 미뤄온 히든카드를 꺼냈다. '부동산'.

재테크 한다고 예 적금, 펀드, 환전 은행, 공모주, 주식에 투자도 했지만, 그 끝에는 부동산이 있었다. 소형 아파트를 사던, 뭘 하던 종잣돈이 필요했다. 저축은 그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드머니가 부족해서, 어려워서, 다른 할 일이 많다며 다음 해로 넘기기 일쑤였다.     


2022년만 해도 블로그 이웃들 다수가 여행, 독서,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국에 있는 맛집, 카페, 여행지 정보를 얻고 책 내용을 공유하며 그 분야에서의 소통만 했다. 2023년에는 독서, 글쓰기, 작가와 관련한 분야에 조금 더 집중하자며 이웃을 늘렸는데 재테크 및 부동산 관련한 정보를 올리는 이웃을 만나게 되었다. 하루에 한 편 게시물을 올리기도 벅찬데, 두세 번 글을 올리는 그들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잔잔한 파도가 밀려왔다. 하반기에 접어들며 2024년에는 무조건 배우리라 결심했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한 달 전부터 부동산 초보를 위한 강의를 찾았다. 사는 지역의 오프라인 강의를 찾아보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딱히 끌리는 곳을 찾지 못했다. 무의식의 힘이 강했던 걸까. 내 안에 스며든 걸까. 블로그 이웃들에게서 많이 보던 온라인 강의 사이트 한 군데가 떠올랐다. 검색하니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왕초보'를 위한 4주 과정의 수업이 있었다. 휴대폰 캘린더에 신청일 알림을 설정하고, 같이 공부하기로 한 친구에게 링크를 보냈다.     


1월 11일. 첫 번째 시간이 시작됐다. 부동산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보통은 수업이 길어지면 졸리거나, 딴생각이 드는데 이건 완전히 달랐다. 들으면 들을수록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르나.' 잠이 달아났다. 스스로 한심해서인지 헛웃음이 계속 나왔다. 다행히도, 이번 기수 중에서 나와 비슷한 이들이 더러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부린이들은 헛웃음을 연발했고, 강사님은 역대급 귀염둥이들이라며 연신 웃었다.     

매일 및 매주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다음 수업 때까지 공부해야 할 내용도 상당하다. 한 번만 공부해서는 메타인지가 되지 않으니 반복해서 실습해야 한다. 기존에 하던 일에, 이것까지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절박하니 긍정의 마인드를 장착했다. 어쩌면, 머릿속 도화지가 깨끗하다 못해 투명하기에 배워나 갈 모든 내용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1일, 18일 두 번의 수업을 듣는 동안 관련 기본 상식을 알아가고 있다. 왕초보 단계를 마치면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 열두 달 동안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당장 종잣돈은 부족할지라도 아파트, 상가, 토지 등을 보러 다니며 눈도 키워나가려 한다. 언젠가는 비전보드 하단에 적어둔, 내 명의로 된 건물 한 채를 매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아이처럼, 부린이가 될 것이다. 부린이에서 탈출하는 날이 오면, 이 과정을 담은 책도 출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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