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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Jul 03. 2024

엄마의 자기관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육아에세이

"엄마, 오늘도 예쁘게 해서와."

2019년 7월 어느 날. 현관문을 나서며 첫째가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이란다. 괜스레 입고 있는 옷을 위아래로 훑었다.

오후 3시. 흰색과 연핑크색이 반반 섞인 발목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해맑은 표정으로 콩콩거리며 다가오는 아이. 씩 웃더니, 뒷좌석에 앉아 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렸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는 첫째에게 물었다.

"아침에 유치원에 갈 때, 왜 예쁘게 하고 오라고 했어?"

"음, 그냥."

"왜? 엄마가 못생기게 하고 갔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가 오는 시간이 되면, 친구 ㅇㅇ와 ㅇㅇ가 창문으로 엄마 보러 가."

"엄마를?"

"응. 걔네들이 3시만 되면 창문에 붙어서 엄마 오는 거 기다려. '은준이 엄마 예쁘다.'면서. 그래서 그랬어."

웃음이 터졌다. 그 끝에, 여러 감정이 섞였다. 일곱 살 아이들 눈에, 예쁘다는 건 어떤 기준일까. 

단 한 번도 내가 아닌 아이를 위해 가꿔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다음날부터, 아이를 데리러 가는 발걸음은 3층에 있는 꼬마 CCTV를 의식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의 나는, 여유 있는 사람이나 '자기관리'라는 걸 하는 줄 알았다. 


품이 넉넉한 고무줄 바지만 입고, 면 소재로 된 티셔츠만 입었다. 머리는 이삼일에 한 번씩 감았고, 하루에 한 번만 세수하는 날도 많았다. 선크림 바르는 것도 귀찮아 선 캡 모자와 한 얼굴로 살았다. 


2017년에 접어들어, 재 취업에 성공하며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매일 씻고, 화장하고, 고데기로 머리를 다듬었다. 화장품도 사고, 신발도 사고, 네일아트도 받았다. 열 달 후,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왔지만, 전과는 달라졌다. 요가원에 다니면서 잔근육을 키웠고 식단도 신경 썼다. 고무줄 바지가 아닌, 편하면서 단정한 옷을 입고 다녔다. 그날 이후로는 자의 반에 타의 반이 더해진 자기관리를 이어나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첫째는 초등학교 5학년, 둘째는 3학년이 되었다. 형아 따라 동생도 엄마에게 관심이 많다.

20년 만에 앞머리를 내렸더니,"엄마, 뭔가 달라졌는데요? 잘 어울려요!"

네일숍에 다녀오면, "오늘은 손톱 색깔이 바뀌었네요.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많이 먹은 날이면, "오늘은 관리 좀 해야겠는데요?"라며 반응을 보인다. 이런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니,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오전은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홈트레이닝도 한다. 거실에서 팔다리 쭉쭉 늘리고 있으면 양치를 마친 아이들과 눈이 마주친다. 다소 이상한 자세로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는 일상에도 익숙하다.





엄마가 자기관리를 한다는 것. 단순히 내 만족을 넘어, 아이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나보다. 어쩌면, 우리 집 두 아들이 유별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조금 더 먹고, 놀고, 게을러지고 싶을 때 브레이크를 건다. 공부하라는 말보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책 읽으라는 말보다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기 관리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엄마가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반적으로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억지스러운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희망적인 생각을 더하며 오늘 밤에도 짧은 운동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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