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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Dec 23. 2022

차라리 코로나에 걸릴걸.


3년 동안 코로나 한번 걸리지 않고 잘 버티는가 싶었더니 결국 A형 독감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원래 반일연차를 낸 날이라 조금 일하다가 퇴근해서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A형 독감에도 격리기간이 있더군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전염성이 워낙 강한 녀석이라 다른 직원들을 위해서 최소 5일 정도의 격리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당장에 처리해야 할 업무도 있었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주말 포함해 며칠 쉬고 나오면 될 줄 알았는데 격리라니?


저도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상사분께 말씀드렸더니

"독감도 격리해야 하나? 뭐 급한 일 없으면 해야지."

하고 말합니다. 괜히 필요도 없는데 회사를 쉬려고 요령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자격지심일 테 죠.

어차피 그다음 주가 휴가여서 그렇게 쉬고 싶은 마음도 없던 차라 더욱 그러한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집단 감염의 위험성으로 적용되는 회사의 지침을 따르는 것뿐인데 왠지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릴 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적어도 코로나로 인한 격리는 다들 겪어 당연한 것으로 알고 법적 구속력도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이니까요.


어쨌든 A형 독감으로 낼 수 있는 병가 5일 중 미리 반일 연차를 냈던 오늘과 주말을 제외한 이틀을 병가로 신청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동료 직원들이 힘들게 될 테니까요.


"목소리도 변하고 많이 아파 보이긴 하네."


상사분의 뒤늦은 위로의 말에 무거웠던 마음이 그나마 가벼워졌습니다.


'정말로 쉬고 싶어 쉬는 게 아니라니깐요.'




A형 독감은 타미플루를. 잘.챙겨 먹어야 합니다.악사분이 약을 주면서 이렇게 길게 설명한 경우는 처음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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