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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대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by 옥상평상


몽골의 하늘에서 별을 보겠다던 일우는 첫 번째 야영훈련을 다녀오더니 혹독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그래서였을까?

이틀 밤낮을 꼬박 아파하다가 결국 몽골탐방대에 합류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부모 된 입장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정이었지만 그 또한 자식의 결정인지라 두 번 정도의 설득을 끝으로 아이의 최종판단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몽골에 가게 된 것을 포기한 일우는 중학생활의 마지막을 친구들과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듯 보였지만 한편으론 여행을 포기한 아쉬움도 있어 보였다.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면 제대로 된 여행을 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녀석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 일우에게 나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했다.


"너 몽고도 못 가게 되었는데 그 대신 해외로 가족여행 가볼까?"

"좋죠. 근데 어디요?"


우선 여행의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장소의 첫 번째 조건은 제주 직항노선이었다. 네 명이 한 번에 제주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현재 제주 출발 직항노선은 대만, 오사카, 홍콩, 싱가포르 정도 였다. 그나마도 홍콩, 싱가포르는 전세기만 오가는 노선으로 항공료가 너무 비쌌고 띄엄띄엄 있었다. 5년 전 가족여행지가 일본이었기 때문에 오사카를 제외하고 나니 결국 남은 건 대만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다시 생겼다. 대만항공권이 너무 비쌌던 것이었다. 30만 원 중반으로 표시되었던 처음 가격은 짐을 제외한 가격으로 짐까지 포함한 가격은 한 명당 45만 원이 훌쩍 넘었다. 항공 요금만 200만 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저렴한 식비나 교통비에 비해 대만의 숙박비는 만만치가 않았다. 4인 가족이 머물기 위해선 1박당 최소 20만 원 이상 괜찮은 곳은 3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렇게 대만 숙박을 알아보다가 저렴한 숙박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곳은 대만이 아니라 일본의 교토였다. 4인 가족의 1박 숙박비용이 환불이 안 되는 조건으로 10만 원 초반대였다. 일단 숙박비를 픽스한 후, 교토로 가는 관문인 오사카행 항공권을 검색했다. 가장 저렴한 시기가 12월 31일부터 일주일로 짐까지 포함한 가격이 삼십 이만 원이었다.


다시, 아까의 호텔로 돌아가 그 시기의 숙박비를 검색했다.

일주일의 숙박비가 환불불가 조건과 쿠폰 사용으로 72만 원에 불과했다. 숙박비와 항공권을 대만의 함공권 비용인 200만 원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호텔의 리뷰도 나쁘지 않아 나는 과감하게 예약을 실행했다. 오랜 경험상 이런 특가의 호텔은 금방 소진되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혹시라도 여행을 못 간다면 이 돈은 그냥 버릴 수도 있음까지 각오했다.


일우에게 말했다.


"우리 교토에 가볼까?"

"좋아요.

근데 교토가 어디예요?"


나는 대답대신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3 교토의 역사'를 꺼내 보여주었다.


우리 가족의 해외 신년맞이 프로젝트 '교토 일주일 살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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