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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키 시장, 니조성, 교토 어소

400살을 먹은 교토의 부엌, 권력을 뺏은 자와 권력을 뺏긴 자의 궁

by 옥상평상


니시키 시장은 400년 전 수산물 시장에서 출발해 지금은 주로 절임채소나 계란말이, 두부요리, 각종 꼬치구이 등의 먹거리를 파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폭 3.9미터 정도 되는 골목길이 동서로 400미터 정도 뻗어있는데 그 양옆으로 상점이 130개나 있다. 워낙에 사람이 많은 곳인 까닭에 우리는 시장이 문을 여는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도착했다. 그래도 어떤 상점에는 줄을 서 있기도 하는 등 아침부터 니시키 시장은 활기로 넘쳐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장을 걷다가 먹고 싶은 상점이 발견되면 들어가 먹는 것으로 했다. 처음에 발견된 것은 붕어빵이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붕어빵 맛집으로 보였다. 종류는 내용물에 따라 나뉘었는데 팥과 커스터드 크림, 앙버터 세 종류가 있었다. 본격적인 아침 식사 전 맛만 보는 걸로 해서 종류 별로 하나씩 샀다. 붕어빵 하나의 가격은 내용물에 따라 조금씩 달랐는데 평균 가격이 3,500원 정도였다. 우리나라 붕어빵도 요즘 가격이 많이 올라 비싸다 비싸다 했었는데 3천 원이 넘는 붕어빵이라니 정말 맛있지 않으면 화가 날 것 같았다. 그 결과는...


"이게 3천 원이 넘는다고요?"


놀란 일우가 앙버터 붕어빵의 반을 입에 문 체 내게 물었다.


"응, 그건 4천5백 원."

"아. 실망인데? 이건."

"난 괜찮은데? 그거 안 먹을 거면 나줘."


그나마 단 맛을 좋아하는 혁우의 입맛에는 맞는 모양이라 다행이었다.



https://maps.app.goo.gl/qHqHWq8a5HnDN7zy5




특이하게도, 시장의 동쪽 끝에는 신사가 있었다.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니시키 텐만구신사다. 교토의 북쪽으로 같은 신을 모시는 기타노텐만구 신사가 있다.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학업과 취업에 영험이 있다고 해 입시철이나 취업시즌 많은 참배객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한 신사다. 그런데 장사를 하는 시장에서 장사의 신도 아닌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 그래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에 대하여 조금 더 검색을 해보았다. 지금은 학문의 신으로 숭상이 되지만 초기에는 벼락의 신으로 숭상이 되어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신사가 세워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 니시키 시장 역시 학문의 신으로서 보다는 자연재해를 막는 용도로 세워진 것이 아닐까 싶다.


https://maps.app.goo.gl/4xmTcM6SXvgdj3ko9



니시키 시장에서 배를 적당히 채운 우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실권을 잡은 후 일왕이 머무는 궁궐 맞은편에 만들었다고 하는 니조성을 방문했다. 건축 당시에는 일왕이 머무는 궁 맞은편이었지만 애초에 이 교토가 수도로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지금의 니조성 자리가 왕궁이 있던 곳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일부러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을까? 비록, 왕의 지위는 여전히 네게 있지만 이 나라의 실세는 나라는 것을 장소를 통해 만천하에 과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쉽게도 니조성 내부는 수리 중이어서 관람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이곳 니조성을 설명할 때 닌자의 침입을 대비해 마루를 밟을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삑삑거리며 새울음 소리가 난다고 꼬셨는데 그나마 하나 있던 아이들의 흥미 요소마저도 사라져 버렸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뽑기 기계를 발견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달래는 데에는 갓챠라는 작은 피겨 장난감 뽑기가 최고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500엔짜리 동전 몇 개를 주면서 뽑기를 시켜줬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이들이 원했던 피겨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니조성은 마지막까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https://maps.app.goo.gl/4XEyzdiRYw6CZD7t8



교토 어소는 옛 일왕이 머물던 왕궁터로 광활한 넓이에 하얀 자갈이 끊임없이 펼쳐진 장소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넓은 공간을 가까스로 가로질러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늘은 이곳에서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휴관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운은 어제부로 모두 바닥난 모양이었다.


https://maps.app.goo.gl/y8SNLiykF2xL6mFC6


결국, 115엔짜리 회전 초밥과 게임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우리가 회전초밥집은 5 접시를 먹으면 한 번씩 게임을 통해 경품을 주는 회전초밥 체인점이었다. 아이들은 초밥을 먹는 중간중간 게임을 하며 모처럼 즐거워했다. 비록 장인의 손길로 밥알 숫자를 세어가며 만든 게 아닌 기계가 찍어낸 저렴한 초밥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양껏 맛있게 즐겼던 최고의 저녁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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