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 1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살아남기

by 옥상평상

교토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이 있었다.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천년 고도로 온 도시가 역사유적으로 가득 차 있는 관광도시였다. 하지만 과연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일주일이나 절과 신사 같은 역사 유적만 둘러보며 다닐 수 있을지는 실로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교토에서 한 시간 반정도 거리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방문이었다. 예전 아이들이 초등학생 시절 유럽여행을 했을 때도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그때는 영국에 있는 레고랜드방문을 미끼로 사용했다.


"와!! 우리 정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는 거예요?"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결정을 잘한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그 뿌듯함이 후회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https://maps.app.goo.gl/WfAR9Gkomg2oxJZJA



아침 6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고 6시 반 정도에 숙소에서 나왔다. 교토에서 오사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보았기에 출근 시간이 집중되는 러시아워를 피해야 했다. 자칫 시간을 잘못 골라 탑승하면 일본판 지옥철을 맛볼 수 도 있었다.


교토에서 오사카를 오가는 게이한 전철을 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역이 있는 오사카 순환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교바시역에 도착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로 들어가면 그곳에서 파는 비싼 음식들만 먹어야 했기에 교바시역 플랫폼에 위치한 서서 먹는 우동집에 들어갔다. 자판기에서 메뉴를 종류별로 골라 하나씩 먹었다. 출근길 직장인들과 나란히 서서 먹으니 마치 이대로 출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도착한 시간은 입장 시간인 9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매표소 앞은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았던 우리는 미리 입장권을 사 왔기 때문에 큐알코드를 제시하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권을 사 오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

미리 발권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장권과 익스프레스 티켓

유니버설 스튜디오 어트랙션의 평균 대기시간은 꽤나 길어서 인기 있는 해리포터나 마리오 카트 같은 것은 두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야 탈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익스프레스 티켓, 익스프레스 티켓은 어트랙션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티켓으로 인기 있는 어트랙션 5개가 모여있는 티켓은 입장권의 1.5배까지 되는 비싼 가격이었다. 이를테면 돈으로 시간을 사는 개념이었다. 우리는 해리포터와 스파이더맨이 포함된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입했음에도 지정된 탑승시간이 되지 않아 기다렸다가 탑승을 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스파이더맨은 입장시간 근처라 금방 탑승을 했지만 해리포터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고서야 가까스로 탑승할 수 있었다. 좀 더 인기 있는 해리포터를 먼저 탄 후 스파이더맨을 탔어야 덜 기다렸을 텐데 완전히 계산착오였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넓었다. 하지만 사람은 그보다 더 많았다. 어트랙션은 물론이고 식당, 상점,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아직 점심 전 시간인데도 배가 몹시 고팠다. 아침에 교바시역에서 우동을 먹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바쁜 시간에 나름 판단을 잘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점심 메뉴로 파스타, 중국음식 등등을 고민하다가 가장 무난해 보이는 햄버거 세트를 먹기로 했다. 사실을 말하면 1인당 2만 원 이하의 메뉴가 햄버거 세트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골랐을 뿐이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자신의 우리 안으로 들어온 입장객을 가둔 후, 자신들의 물건과 음식을 비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물론, 사정을 이야기하면 재입장도 허용한다고는 들었지만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여서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인생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를 먹고 말았다. 그조차도 길게 줄을 서서 먹었기에 먹고 난 후에도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처럼 피곤한 사람들이 식사를 한 후에도 지쳐 쉬거나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그렇게 자고 있는 테이블을 돌며 테이블을 비워 달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흡사 무슨 전쟁터의 보호시설에 온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휴식공간이 부족했다. 이윤 추구도 중요하겠지만 입장객의 편의에 대한 고려가 아쉬운 지점이었다. 우리 역시 한 시간 정도를 쉬다가 직원의 지시로 쫓겨나고 말았다.


해리포터 구역은 영국 시굘 마을과 성을 통째로 옮겨 놓은 느낌이었다.

이제부터는 다시 익스프레스 티켓에 지시된 시간에 어트랙션을 탈 차례였다. 이미 한 차례 탔던 해리포터를 다시 타는 것이었다. 처음 탈 때는 너무 재미있어하던 아이들도 두 번째는 감흥이 덜한 듯했다. 비싼 돈을 주고 익스프레스 티켓을 사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어떻게든 계획한 야간 공연을 볼 때까지는 버텨야 했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난 우리들이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놀러 온 건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간은 이제 막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기다림을 즐기는 자여
모두 유니버설스튜디오로 오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