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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an 18. 2023

아이들은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돼.

그때 나는 누구를 향해 말을 한 것일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선배에게는 무려 의대에 재학 중인 다가 예쁘기까지 한 딸이 있다. 선배의 딸에 대한 사랑표현은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오늘은 동기가 점심식사를 사기로 해 직원들 몇 명이서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선배가 약국에 볼 일이 있다며  카드를 다른 후배에게 맡긴 후 먼저 가서 커피값을 계산하라고 시켰다. 나는 선배가 어제도 다른 후배들에게 술을 산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선배의 카드로 계산을 하려는 후배를 만류하고 대신 계산을 했다.


곧이어 커피숖으로 선배가 도착했다.


얼마 전에는 딸애가 남자친구네 집에 인사를 갔더라고.
남자친구도 의대생이에요?
응 걔도 걔네 형도 모두 의대생이라더라고.
오!! 집안이 좋네요.


선배가  딸과 그 남자친구가 찍은 사진이 담긴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줬다. 남자친구는 한눈에 봐도 키가 큰 훈남이었다. 선배의 딸 역시 예쁜 외모였기에 그야말로 선남선녀 커플이 따로 없었다.


아! 이제 형은 노후걱정 따로 안 해도 되겠네.


내 동기가 부럽다는 듯 말을 했다.


나는 아들 녀석이 사고 쳐서  얼마 전 경찰서까지 다녀왔는데.,
옛날에는 그렇게 착했는데 사춘기가 되더니 걷잡을 수 없이 변하더라고.


대화는 그 쯤에서 정리되었다.


커피숖을 나와 후배와 나란히 걷게 되었다. 바쁜 와중에도 내 보잘것없는 브런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곤 하는 고마운 후배였다. 혹시 착한 마음에 뭔가 의무감으로 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어 어떨 땐 '좋아요 안 눌러도 괜찮아.'라고 말을 하고 싶을 때도 있긴 지만 구태여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큰 아이가 초등학교도 가고 걱정이 많겠네.
안 그래도 걱정이에요. 다행히 돌봄 교실에도 당첨돼서 걱정이 많이 줄었어요.
잘 됐네.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면 좋겠다.
그러게 말에요. 잘 적응할지 걱정이에요.


근데, 나도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학교에서 적응 잘하고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그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한 것 같아.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건강하지 못하면 모두 소용없는 거잖아.


그렇죠. 건강이 우선이죠.


후배와 대화를 마친 후 곰곰이 생각했다.

조금 전 그 말은 후배에게 한 말일까? 내게 한 말인 것일까?


불현듯, 소파 위에 길게 누워 마치 마스크 팩을 하듯 얼굴에 스마트 폰을 붙이고 게임을 하고 있건강한 두 아들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아무렴, 애들은 건강하면 되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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